[논술 디딤돌] 언문일치에선 사용하는 말이 정신을 반영

언어에 대한 고찰...언어는 민족동일성 드러내는 중요한 자산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에는 나라의 언어와 민족의 관계가 매우 긴밀하고 또 아주 근본적인 것으로 묘사되어 나온다. 사진은 도내 한 초등학교의 한글 수업.../전북일보 자료사진. (desk@jjan.kr)

△말과 정신의 문제

 

우리는 말을 통해 생각을 표현한다. 말은 그 사람의 생각을 표현해 주는 도구이다. 그러나 자신의 생각과 그 생각을 표현하는 말, 즉 표기 수단이 늘 완전히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조선 시대 우리의 선조들은 지금의 우리들과 같은 방식으로 생각했을 것이지만 그 표기는 한자였다. 중세 유럽의 많은 나라들은 모두 자국의 언어 습관대로 생각했을 것이지만 공식적인 표기는 라틴어였다. 그러나 생각과 표현을 동시에 추구하는 경향이 우세해지는 오늘날 언문일치의 언어 생활에서는 사용하는 말이 그 정신을 반영한다고 보고 있다.

 

우리 나라의 대표적인 한글학자였던 허웅 선생은 말의 정신은 곧 그 민족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으로 보았다.

 

허웅 선생은 서포 김만중과 실레겔의 사례를 통해 말과 정신이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밝혔다. 그는 “말과 정신은 서로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생각되며, 예나 지금의 언어학자나 철학자들 가운데도 이 문제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을 가진 분들이 많다.”고 주장한다.

 

17세기 우리 나라의 정치가이며 소설가인 서포 김만중이 ‘서포만필’에서 남긴 다음과 같은 말은 허웅 선생의 주장을 뒷받침해 주는 좋은 자료이다.

 

“사람의 마음이 입으로 나오며 말이 되고, 말에 가락이 붙으면 노래와 시문(詩文)과 부(賦)가 된다. 사방의 말이 비록 같지 않으나, 진실로 말 잘하는 사람이 있어 각각 그 말에 따라서 가락을 붙이면 곧 족히 천지를 움직이며 귀신에도 통할 수 있는 것이니, 이것은 오직 중국에만 있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것은 사람의 마음이 입으로 나온 말에 가락을 붙이면 천지를 움직이고 귀신에도 통할 수 있다는 것으로, 사람의 마음이 지극하면 하늘에도 통할 수 있듯이 그 마음이 입 밖으로 나타난 말도 역시 그러한 힘을 가질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우리 말글인 한글의 가치를 소중히 하는 김만중의 인식의 일면을 볼 수 있다. 그에게서 말은 사람의 마음과 같은 것이다.

 

이러한 말과 정신의 밀접한 관계에 대해서는 서양의 언어학자나 철학자 가운데서도 많은 동조자들을 찾아 볼 수 있다. 실레겔은 ‘언어는 인간 정신을 그대로 본 떠 넣은 것’이라 하였고, 라이프니찌는 ‘언어는 인간 정신의 가장 좋은 반영’이라 했다. 헤르더도 ‘우리들은 이제는 말하는 것을 통해서 형성되는 것이다’고 하였다. 헤르더의 사상을 이어 받았다고 생각되는 훔볼트는 ‘언어의 다름이란 것은 소리나 기호의 다름이 아니라 세계관 그 자체의 다름이다.’라고 하였다. 훔볼트의 이러한 발언은 언어와 정신이 가지는 밀접한 관계에 대한 가장 선명한 주장이 되었다.

 

다만 여전히 서두에서 거론하였던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중세의 한국과 유럽처럼 언어와 문자가 이원화된 나라의 경우 과연 그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는가에 대한 의문은 쉽게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풍부한 한문학 유산이나 라틴문학의 만만치 않은 가치는 여전히 빛을 발하고 있다.

 

 

△언어와 민족의 관계

 

언어는 과연 그 언어를 사용하는 민족과 생명을 함께하는 것일까? 언어와 민족의 관계는 많은 언어학자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어 왔다. 상식적인 관점에서는 늘 이야기하듯 만주족이 청나라를 건국하고 자신의 언어가 아닌 한족의 언어를 사용하였기 때문에 결국 만주어는 사라지고 종당에는 민족까지 멸망하였으며, 일제 강점기에 일본은 우리의 민족정신을 말살시키기 위해서 우리의 조선어 교육을 없앴다는 견해가 있기도 하다. 이런 견해는 ‘언어와 민족은 매우 밀접한 관계에 있다’는 주장에 동의할 때 매우 좋은 사례가 된다.

 

한국에서 널리 읽혀진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에는 나라의 언어와 민족의 관계가 매우 긴밀하고 또 아주 근본적인 것으로 묘사되어 나온다. 특히 다음 부분은 프랑스어 교사의 언급으로 소개되고 있지만 알퐁스 도데 작가 자신의 생각이면서 동시에 언어와 민족의 관계를 중시하는 사람들의 대표적인 목소리이기도 하다.

 

“아멜 선생님은 프랑스어에 대해 말씀하기 시작했다. 프랑스어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가장 이해하기 쉬우며 가장 확실한 언어라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프랑스어를 결코 잊어 버려서는 안 된다고 하셨다. 왜냐하면 한 민족이 노예로 전락해도 자기네들의 언어만 잊지 않으면 감옥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하셨다.”

 

언어가 그 민족을 구원할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주장으로, 언어는 민족공동체의 본질적인 요소라는 것이다. 언어가 그 민족의 공동체 의식을 고취하는 데 구심점이라는 것은 받아들일 만하다. 하지만 언어와 민족의 관계는 과연 위의 이야기에서 말하는 것처럼 절대적인 것인가? 아니면 지나치게 확대되어 해석된 것인가? 언어와 민족에 대한 작가의 생각과 그 의미를 따져 보는 것은 식민지 시대에 같은 경험을 한 우리에게도 낯선 일이 아니다. 언어가 어느 민족의 동질성을 드러내 주는 중요한 자산임은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동질적인 사고방식과 문화를 이루는 가장 중요한 매개체가 언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민족의 독립된 언어를 가진 경우가 그렇게 많지 않은 것을 고려할 때 반드시 언어와 민족의 관계가 일대일로 대응하여 밀착된 관계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만 그 민족의 문화적 특성을 잘 반영하는 중요한 매체로서 언어의 비중이 크다는 점은 인정해야 할 것이다.

 

/함영대(1318논술연구소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