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사람에게 띄우는 엽서한장] 어느 석양 한벽루에 들러 시원한 막걸리 한 잔하세

신웅기(현대자동차 근무)

그리운 친구 보게나.

 

전주에서 태어나 유·소년기를 보낸 우리들은 금빛 모래와 호박 같은 돌멩이가 나뒹굴던 마음의 고향 전주천의 추억을 두고 두고 잊을 수는 없으리라.

 

어은골을 거슬러 올라가 한벽루를 거쳐 은석골로 이어지는 전주천은 영원한 우리 마음의 안식처요 일상생활 그 자체였지.

 

노을이 지는 저녁나절, 싸전다리 밑 맑은 물에 법수를 묻어두고 고기를 몰던 일, 멱을 감으려고 옷과 신발을 벗어 모래밭에 묻어 두었다가 그 자리를 찾지 못하여 한참을 헤매던 기억들이 새롭네. 우리가 아주 어렸을 적 동네 빨랫감을 빨아서 생계를 잇던 사람들, 비행기에서 살포한 선전용 비라를 주우려다 물속에 빠졌던 일, 서커스가 들어오면 전야제로 보여주는 흥겨운 농악단 구경, 우리들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켜 주던 약장수의 공연을 바닥에 가마니 깔고 보던 일, 시장다리 옆에 걸쳐있던 영화선전용 대형 걸개그림, 석양노을 무렵 물속에서 장대높이뛰기 하던 물고기들, 싸전다리 밑에서 들려 오던 노인들의 구성진 판소리와 시 한수 등등 눈에 선하네.

 

오늘도 갈대수풀 춤추는 늦은 가을에 전주천을 걸으며 옛 추억을 돌이킨다네.

 

그리운 친구, 언제 한벽루에 들러서 다가산 넘어가는 석양을 바라보며 오모가리 탕에 시원한 탁배기 한잔 나누세 그려.

 

/신웅기(현대자동차 근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