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돌아오는 농촌'이 남긴 교훈 - 고영곤

고영곤(농협대학장)

대통령 선거의 계절이다. 여러 후보들이 내놓은 구호나 선거공약만 보면 누가 당선돼도 우리나라는 경제성장률도 높아지고 실업문제 비정규직문제 교육문제 노인문제 환경문제 교통문제 금방 다 해결될 것 같다. 사회전반의 부정부패도 다 사라질 것 같다. 온통 장밋빛이다. 그러나 우리는 ‘아파트 반 값 공급’을 내건 대통령 후보에 맞서 ‘농기계 반 값 공급’과 ‘돌아오는 농촌’건설을 약속한 대통령 후보도 있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농기계 반값공급’과 ‘돌아오는 농촌’을 내걸었던 그 후보가 집권했던 결과는 어떠했는지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

 

농기계 반값 공급은 여러 가지 조건을 붙여 기형적인 “반값”정책으로 시행되었고 그 과정에 엄청난 국민 혈세를 쏟아 부었다. 하지만 농민을 위해 추진된 그 “좋은”(?)정책은 농가부채를 가중시키는 원인이 되었고, 경지면적당 농기계 보유가 세계적인 수준이 되어 농업생산비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으며, 농기계의 평균수명을 단축하고 농촌 자연환경을 파괴하는 등 갖가지 폐단이 지적 되었다. 결국 이 정책은 2-3년간 시행되다가 슬그머니 바로 그 대통령 시절에 중단되고 말았다. 이 정책으로 혹시 농기계회사들은 재미를 보았고, 이 정책을 입안?추진하던 이들은 좋은 자리에서 혜택을 보았는지 모른다. 그러나 막대한 예산과 인력이 들어간 이 실패한 정책에 책임진 사람이 있다는 말은 아직 못 들었다. 다만 그 잘못된 정책으로 당시 이런 저런 형태로 모색되고 실험되던 농기계공동이용의 싹이 잘려나갔음은 지금 생각해도 안타까운 일이다.

 

“돌아오는 농촌”은 당초부터 가당찮은 구호였다. 우루과이라운드 농업협상이 진행되던 당시 상황에서, 우수학생들은 예외 없이 일류대학 인기학과로 몰리고 농과대학들은 그 이름에서 농(農)자를 떼어내는 상황에서, 이 공약은 ‘직업선택의 자유’와 ‘거주이전의 자유’를 포기하지 않는 한 처음부터 허구였다. 전례 없이 농업담당 대통령수석비서관까지 두었지만, 그들이 집권했던 5년 동안에도 농가호수는 20만호가 줄었고, 농가인구는 130만이 줄었으며, 연평균 국내총생산 증가율 7%의 1/3도 안 되는 2% 미만의 농업성장률을 기록했다. 초라한 성과였다. 수많은 농촌 학교가 폐교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농촌에는 1학년과 2학년, 또는 5학년과 6학년을 한 학급으로 편성하여 담임교사 1명이 가르치는 이른 바 복식학급운영학교가 수백개교에 달하고 있고, 이로 인한 도농간 학력격차는 더 많은 사람들이 농촌을 떠나게 하는 악순환의 원인이 되고 있다. ‘돌아오는 농촌’은커녕 ‘떠나가는 농촌’이 변함없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 허울뿐인 구호나 달콤한 선심공약에 속지 않아야 한다. 모든 정책에는 빛과 그림자가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순기능 있는 곳에 역기능도 있고, 성과 있는 곳에 부작용도 있으며, 수혜자가 있으면 희생자도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위대한 지도자는 미래를 위한 희생과 번영을 위한 고통을 호소한다던가. 선거 국면에서 그런 후보를 기대할 순 없더라도, 후보들이 무슨 정책을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 그 가능성은 있는지, 그런 정책과 대안을 제시한 후보에 대한 신뢰성은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돌아오는 농촌’에서 배웠던 교훈이다.

 

/고영곤(농협대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