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사람에게 띄우는 엽서한장] 그대 그리워하는 정념의 불씨 편지 쓰지 않아도 외롭지 않아

박혜숙(시인)

가을을 사랑하는 그대에게 이 ‘가을편지’를 띄웁니다.

 

 

굳이 사랑한다는

 

말 없어도

 

그리움 들리는 귀촉새

 

울음이면

 

스산한 가을거리를 걸어도

 

외롭지 않겠네.

 

굳이 소국 향 나르는 차 한 잔

 

마주 하지 못해도

 

심연 흐르는 억새숨결

 

참, 좋은 인연들

 

어루어 보는 밤이면

 

구태여 우표를 붙이지 않아도

 

외롭지 않겠네.

 

굳이 눈빛을 보지 않아도

 

들리지 않는 무언의 말(言)

 

내 그대를 그리워하는

 

붉은 정념의 불씨 하나

 

이 가을 지필 수 있다면

 

구태여 편지를 쓰지 않아도

 

외롭지 않겠네.

 

/박혜숙(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