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출사표(出師表)

출사표(出師表)는 중국 삼국시대 촉나라의 제상 제갈공명의 상주문(上奏文)이다. 제갈공명이 북방의 위(魏)나라 정벌에 나서면서 유비의 아들인 촉제(蜀帝) 유선(劉禪)에게 올린 글이다. 제갈공명은 이 글에서 유비가 자신의 오두막집을 세차례나 찾은 삼고초려(三顧草廬)의 전말등을 회고하며 눈물로 출병을 고한다. 출사표에는 나라를 올바로 다스려달라는 간곡한 충언(忠言)이 주를 이루고 있다. 전후 두 편으로 된 출사표는 고금의 명문(名文)으로 알려져 있다. 소동파는 출사표를 읽고서도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면 충신이 아니라는 극단적인 표현까지 썼다.

 

올해 4월 중국에서는 이 출사표를 놓고 논란을 빚기도 했다. 한 역사학 교수가 출사표의 내용이 ‘어려운 시기에 백성의 삶을 도외시 한채 전쟁을 부추기는 어리석은 충성심을 조장시킬 우려가 있다’며 이 글을 중학교 교과서에서 빼자는 제안서를 국가에 제출했던 것이다. 시대에 따라 나타나는 국가관의 차인인 셈이다.

 

최근들어 출사표는 흔히 선거에 나서는 정치인들의 각오의 말로 인용된다. 후보자들의 출사표는 한결같이 장밋빛 일색이다. 국가발전과 정치 안정, 경제 번영, 사회 정의 확립등을 약속한다. 하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권력을 향한 후보자의 강한 의지와 집착이 담겨 있다. 더 나아가 본인이 아니면 그 일을 할 수 없다는 독선과 아집까지 깔려 있다. 심지어 다른 후보가 당선되면 국가나 사회가 거덜날 것 처럼 유권자들에게 엄포를 놓는 후보도 있다.

 

어제 오후 제 17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등록을 마감한 결과 00명이 등록을 마쳤다. 역대 대통령선거 가운데 가장 많은 후보자가 나온 셈이다. 대통령 직선제가 부활된 13대 대선 이후 출마자는 13대와 14대가 각각 8명, 15대와 16대는 각각 7명이었다.

 

마땅한 인재가 없다는 개탄이 계속되어도 선거철만 되면 수많은 인물이 쏟아져 나오는게 우리의 정치풍토다. 재수 삼수도 보통이다. 이번 등록으로 ‘단골 대선 후보’인 경제공화당 허경영후보는 4번째, 무소속 이회창후보와 민주노동당 권영길후보는 세번째, 민주당 이인제 후보가 두번째 출사표를 던지게 됐다. 앞으로 치러질 후보자간 TV토론과 정책자료를 꼼꼼히 살펴봐야 하겠지만 그 이전이라도 우선 출사표에 담긴 행간의 의미 부터 읽는 것이 유권자들의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