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인물탐구]기호2 이명박 - '실천 개혁가' 이미지 구축

불도저 추진력 가장 큰 장점...BBK주가조작 의혹 사실땐 지지율 추락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의 생애는 대한민국 근·현대사와 궤를 같이 한다. 이 나라 60대들이 대부분 그랬듯이 이 후보는 일제 식민시대와 광복, 6·25 전쟁과 자유화, 군사독재정권과 산업화, 민주화와 세계화로 이어지는 격동의 파고를 넘어왔다.

 

이 후보는 일제치하였던 1941년 일본 오사카(大阪)에서 태어났다. 작고한 아버지 이충우씨와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어머니 고(故) 채태원씨 사이의 4남3녀 가운데 다섯째였다.

 

가난한 집안형편 때문에 중학교에 입학할 때부터 뻥튀기장사, 과일행상, 환경미화원 등을 하며 생활비와 학비를 벌었고, 대학시절에는 6·3사태의 주모자로 서대문형무소에서 6개월을 복역, ‘민주화 투사’라는 이력을 보태기도 했다.

 

이 후보의 인생 역전이 시작된 것은 ‘왕회장’ 고(故)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을 만나고 부터다. 현대건설에 입사한 지 2년도 되지 않아 대리로 승진한 것을 시작으로 29세 이사에 이어 불과 35세에 사장이 됐고, 이후 최장수 CEO의 역사를 쓰게 된다.

 

‘샐러리맨의 신화’로 불리던 이 후보가 정치판에 뛰어든 것은 1992년 당시 신한국당 대표였던 김영삼 전 대통령의 전국구 공천을 통해서다. 앞서 노태우 정권 말기였던 1991년 정주영 회장이 1600억원에 달하는 추징금을 맞은데 반발해 아예 당을 만들어 정치를 하겠다고 나선 것을 뜯어말렸던 이 후보는 ‘왕회장’과 길을 달리해 집권 여당으로 향했다.

 

그러나 ‘기업인 이명박’에게 정치판은 녹록지 않았다. 1995년 서울시장 경선에 나섰으나 실패했고 이듬해 총선에서 ‘정치 1번지’ 종로구에 출마해 이종찬씨를 누르고 당선됐지만, 선거법 위반으로 재판까지 받았다. 이 와중에 1998년에 다시 서울시장 경선에 도전, 최병렬씨와 경쟁했지만 선거법 재판이 끝나지 않아 의원직을 사퇴하고 미국으로 떠났다.

 

미국에서 1년여 와신상담하던 그가 1999년말 한국으로 돌아와 당시로선 생소하던 인터넷뱅킹 사업을 시작하면서 만난 사람이 최근 대선정국 최대이슈가 되고 있는 ‘BBK 의혹’의 핵심인물 김경준씨다.

 

의욕적으로 새로운 사업을 하려던 차에 김씨가 ‘수익률 조작’ 등으로 금융당국의 조사를 받게 되자 사업관계를 청산한 이 후보는 2002년 삼수만에 서울시장에 당선, 4년의 임기동안 청계천 복원, 대중교통체계 개편, 서울숲 조성 등으로 주가를 올린 뒤 대권 도전장을 냈다.

 

다수의 반대를 꺾고 청계천 복원과 대중교통체계 개편 등을 성공시킴으로써 강력한 추진력을 대중에 각인시킨 그는 보수정당 소속이면서도 ‘실천하는 개혁가’라는 이미지 구축에 성공하면서 이념, 연령, 계층, 지역에 관계없이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

 

이 후보가 ‘경제대통령’을 내세우며 1년 이상 여론지지율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청와대로 향하는 길은 그의 인생역정 만큼이나 험로를 예고하고 있다.

 

그 중에서 이 후보가 넘어야 할 가장 큰 장애물은 도덕성 문제이다.

 

그가 출사표에서 “그동안 열심히 일만 하면서 살아왔다. 그러다보니 제 주변을 꼼꼼히 챙기지 못한 허물도 있었다”고 인정한 일부 ‘허물’들이 그의 도덕성에 상처를 줬고, 이는 남은 선거운동기간 다른 후보들의 집중적인 공격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검찰의 BBK 주가조작 의혹 수사는 이 후보의 ‘청와대 행’을 결정짓는 변수가 될 전망이다. 도곡동 땅 소유 여부, 상암 DMC, 자녀 위장취업 등 갖가지 의혹을 사고 있는 이 후보가 그동안 정당 사상 최악의 과열 경선과 범여권의 검증공세를 잘 버텨왔지만, 김경준씨의 귀국으로 급물살을 타고 있는 검찰의 ‘BBK 주가조작 의혹 수사’은 대선판도를 좌우할 최대 변수로 꼽히고 있다.

 

수사결과 이 후보와 관련된 혐의가 해소될 경우 이 후보는 대세론을 굳히면서 승기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혐의가 명백하게 드러나면 이 후보는 사면초가의 위기에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당 밖에서는 도덕성에 상처를 입어 지지율이 추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데다, 당내에서는 ‘이회창 대안론’과 ‘이명박 사수론’을 둘러싼 논란이 일면서 보수진영이 심각한 혼란에 직면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틈을 타 범여권이 후보단일화를 이룰 경우 대선판도는 예측불허의 상황으로 치달을 개연성도 있다.

 

검찰이 수사기간 부족과 정치적 부담 때문에 수사결과 발표를 대선 이후로 미룰 가능성도 있지만 이럴 경우 신당이 이 후보에 대한 각종 의혹을 추가 폭로하며 사활을 건 검증공세를 펼 것으로 보인다.

 

‘샐러리맨 신화’와 ‘청계천 신화’를 일궈낸 이 후보가 이같은 난관을 극복하고 ‘대권신화’도 이뤄낼 수 있을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