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택의 알쏭달쏭 우리말] 묘사와 모사

요즘은 재주꾼들이 하도 많아 별의별 흉내를 다 내곤 한다. 그 중의 하나가 말소리 흉내가 아닌가 싶다.

 

언젠가 중앙 일간신문의 방송 관련 기사문에는

 

“김○○ 전 대통령을 성대 묘사한 ‘○○○ 박사의 가상 대담’도 아이디어가 돋보였다.”라는 내용이 실려 있었다.

 

여기서 말한 묘사(描寫)의 본뜻은 ‘대상을 있는 그대로 그리기’인데, 뜻이 번져 나가 ‘있는 그대로 자세히 쓰기’를 나타내기도 한다.

 

예를 들면, ‘그의 소설에는 도시 빈민가의 풍경이 잘 묘사되어 있다.’거나 ‘김 화백의 인물 묘사력은 참으로 뛰어나다.’와 같이 대상의 생김새를 그림 도구로 그리거나, 글로 써 내는 것을 표현하는 데 두루 쓰인다.

 

그렇다고 목소리 흉내까지를 묘사라 할 수는 없다. 그러니까 앞에서 말한 ‘성대 묘사’란 적절한 표현이라 할 수 없다.

 

근본 문제는 묘사에 있는데, 이는 발음이 비슷한 모사(模寫)로 잘못 알고 쓴 때문인 것 같다. 모사의 본뜻은 ‘똑같이 베껴 그리기’인데 뜻이 점점 확장되어 갖가지 복사나 모방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러한 의미 관계 속에서 생겨난 것이 바로 ‘성대 모사’라는 표현이다.

 

요즘은 사람의 말소리만이 아니라 동물이나 물체의 소리를 흉내내는 일까지를 모사라 표현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성대 모사가 정확한 표현인 말은 아니다.

 

이와 같이 의미도 잘 떠오르지 않고, 헷갈리기 쉬운 묘사와 모사를 쓰기 보다는 차라리 ‘말소리 흉내’라고 쓰면 어떨까 싶다.

 

그리고 앞에서 소개한 기사문에 ‘대통령을 성대 묘사한’이란 표현도 자칫 ‘대통령을 성대로 모사한’으로 잘못 해석할 오해의 소지가 있으니까 ‘대통령의 성대(목소리)를 모사한’으로 고쳐 써야 바른 표현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