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 미술시장 그림은 '그림의 떡'이 아니다

'그림쇼핑' 이규현 지음...스페이스...국내 경매시장 중·저가 작품이 대다수

서울 옥션하우스의 미술품 경매 모습. (desk@jjan.kr)

삼성이 비자금으로 미술품을 구입했다는 둥, 신정아 때문에 미술시장이 다시 침체됐다는 둥, 미술시장이 여러 사람 입줄에 오르내리고 있지만 세계 미술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호황을 맞고 있다.

 

잊을 만하면 경매 신기록이 하나씩 터져 나와 신문 톱뉴스를 장식하고, 우리 전라북도에도 정식으로 미술품 경매시장이 등장했다.

 

사람들은 고가 미술품을 떠올리지만, 뜻밖의 사실은 경매에 나오고 팔리는 작품의 대다수가 중저가라는 것. 나도 미술 컬렉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그림감상법에만 관심을 뒀다면, 이제부터는 그림을 사고파는 일에 더 큰 관심을 가져야 할 때. 그림은 정말 그림의 떡일까? 이 책 한 권이면 순수 컬렉팅부터 미술투자까지 그림쇼핑에 관한 모든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다.

 

‘조선일보 이규현 기자의 사서 보는 그림 이야기’란 부제가 붙은 「그림쇼핑」(스페이스). 미술경매 취재를 하면서 ‘일간지 기자가 경매장까지 취재 오냐’는 말을 듣곤 했던 그는 뉴욕 크리스티 경매회사에서 대학원 과정을 졸업할 정도로 미술시장에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

 

신문을 펼치더라도 전시리뷰와 미술시장 기사는 다른 대접을 받는다. 같은 기자가 썼더라도 전시리뷰는 문화면에, 미술시장 기사는 종합면이나 경제면에 실릴 때가 종종 있다. 전시리뷰는 미술에 관심 있는 독자들만 읽지만, 미술시장 기사는 전 국민이 다 읽는다. 달리 말하면, 돈이 될 수도 있다는 것. 몇 년 뒤 작품의 가격이 오를 수도 있으며, 요즘에는 그림을 굴려 수익을 내는 아트펀드까지 등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초보 컬렉터들이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이 있을까? 다음은 현장에서 뛰고 있는 미술전문기자가 정리한 ‘컬렉팅을 시작할 때 주의할 점 베스트 5’다.

 

첫째, 작가의 이름에 현혹되지 말 것. 같은 값이면 유명화가의 B급, C급 작품 보다는 무명화가의 A급 작품의 훨씬 낫다.

 

둘째, 예산 상한선을 둘 것. 충동구매로 너무 비싼 것을 사지 말라는 뜻이다.

 

셋째, ‘판화’라는 이름이 붙은 인쇄물에 속지 말 것. 판화작업을 하지 않는 유명작가의 유화나 채색화를 고급스럽게 인쇄한 판화는 미술작품으로서는 투자 가치가 전혀 없다.

 

넷째, 테마컬렉팅을 하라. 장르별, 주제별로 특화된 미술컬렉팅을 하면 재미도 있고, 컬렉션의 질도 좋아진다.

 

다섯째, 전문가의 조언은 당연히 듣되 나에게 맞는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 아무리 주변에서 권유하더라도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거나 우리집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작품은 사지 않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