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썽꾸러기 아이들이 지구를 떠나기로 했다. '별똥별호'로 이름붙인 비행선도 직접 만들었다. 태양에 가까워질 때 뜨겁지 않도록 동체는 버려진 냉장고로 만들었다. 동장님이 기증한 선풍기는 프로펠러 대용. 이들은 수레에 냉장고를 싣고 내리막을 달려 이 땅을 떠날 예정이다. 유성이 쏟아지는 날에 말이다. 폭죽처럼 쏟아지는 유성이 이들의 비행을 축하할 거라나.
아이다운 발상과 무모한 도전에 키득키득 웃음이 나온다. 하지만 아이들이 지구를 떠나며 남긴 편지는 눈물을 자아낸다. 교장실 유리창을 돌멩이로 깨고, 자연학습실 공작꽁지를 모두 뽑은 게 자신이었다며 용서를 구하기 때문. 엄마 없는 아이들 손 들어보라 했던 선생님이 미워서 그랬다는 대목에선 가슴이 먹먹해진다. 벼랑에 몰린 아이들의 암울한 현실과 여기서 탈출하려는 맹랑한 공상이 '짠'하고 만났다.
제5회 푸른문학상 수상 동화들을 모아 엮었다.
△ 토끼 청설모 까치 / 장주식 글 / 국민서관 / 8000원.
건너멀띠 마을에 사는 다복이네 집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세편의 동물 이야기. 옴니버스 형식을 통해 인간과 동물이 맺는 위악적인 관계를 그렸다.
마을에 풀어놓은 토끼 때문에 밤새 개들이 짖어 대고 애써 가꾼 고추밭이 망가졌다. 토끼 잡기에 열을 올린 사람들. 결국 잡힌 토끼는 토끼국이 되어 상에 올라온다.
다복이네 기와집 옆 향나무 꼭대기에 살던 청설모. 청설모가 새 기와를 뚫고 천장으로 둥지를 옮겼다. 이내 사람들은 쥐덫을 동원해 청설모 생포작전에 나서고, 끈적거리는 찍찍이까지 동원한다.
그러던 중 다복이네 집 옆 향나무에 까치가 둥지를 튼다. 하지만 사람들은 까치가 아무리 울어대도 그저 바라볼 뿐이다. 인간에게 피해를 줬기 때문에 죽은 토끼와 청설모, 반면에 계절이 지나면 떠난다는 이유로 죽지 않은 까치.
사람들은 평소에는 자연을 잘 보전해야 인간도 평화롭게 살 수 있다고 여긴다. 하지만 막상 동물들이 자신의 삶에 피해를 주는 현실과 맞닥뜨리게 되면 차선을 택한다. 이 책은 인간과 동물, 인간과 자연이 맺고 있는 관계의 딜레마를 그렸다. 인간과 동물의 공존은 가능한 것일까.
△ 세상의 아이야, 너희가 희망이야 / 베르나르 베르베르 외 / 푸른나무 / 8500원.
브루노의 ‘천하무적 딸기맨’.
12살 엔조는 몸무게가 무려 77kg을 돌파했다.
14살 해커티 미미는 57kg 뚱보. 이들은 아이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제과업자 스코트 와인슈타인을 납치해 엉덩이를 때려댄다. 이 장면은 컴퓨터 동영상으로 생중계된다. 돈 벌 생각으로 아이들의 입맛을 착취할 권리가 없다는 것.
물질만능과 철저한 자본주의 사회 시스템 안에서 ‘경제적 빈곤’은 어린이들에게 교육의 기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능력, 어린이로서 당연히 보호받을 권리 등 모든 것이 박탈된다. 이 책은 여기서 문학의 존재 이유에 힘을 실었다. 문학은 피와 죽음을 담보로 하지 않으면서도 세상을 변화시키고, 사람을 움직이며, 제도를 바꾸고, 나뉜 것을 하나 되게 하고, 미래를 희망차야 한다는 것.
11월 20일 '아동 권리의 날'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 책은 유니세프(유엔아동기금)와 프랑스를 대표하는 10명의 작가들이 동참했다. 시나리오 작가 출신 뱅상 라발렉은 '표현의 권리'를, '개미' '파피용'의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평등의 권리'를 재미나게 풀어갔다.
△ 황당하고 고약하고 어설픈 악당 미스터 검 / 앤디 스탠턴 글 / 사파리 / 8000원.
미스터 검은 심술 맞고 지저분한 괴짜 노인. 하지만 자기 집 정원만큼은 마을에서 가장 아름답게 가꾼다. 이유는 미스터 검의 집에 살고 있는 요정이 프라이팬으로 머리를 내려칠까 두려워서다.
그러던 어느 날 제이크라는 커다란 개가 검의 정원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는다. 화가난 Mr. 검. 그는 급기야 제이크를 없앨 끔찍한 계획을 세운다. 용감한 소녀 폴리와 할아버지는 개를 구하기 위해 좌충우돌 소동을 벌인다.
작가 앤디 스탠턴. 그는 시종일관 예상을 뒤엎는 기발한 글쓰기로 독자를 사로 잡는다. 화자가 독자에게 내용상 중요한 정보를 말해 주는 대가로 돈을 내라고 한다든가, 책 속에 실제로 독자가 읽고 있는 책을 등장시킨다. 이렇듯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대상을 교묘하게 연결하여 파격적인 비유를 만들어 낸다. 중간중간 이야기 속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독자에게 예상치 못한 즐거움도 선사한다.
어설픈 악당이 웃음을 자아내는가 하면 건망증이 심해 뜬금없는 말과 행동을 반복하는 할아버지, 지나치게 순진한 폴리도 독창적이고 입체적인 캐릭터를 선보인다. 등장인물 중 누구 하나 평범하고 얌전한 인물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