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마다 공공(公共) 디자인 열풍이 불고 있다. 콘크리트 건물과 아스팔트로 채워진 칙칙한 도심에 디자인 개념이 도입돼 가지런하고 산뜻한 모습으로 변신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지난 10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국제산업디자인단체총연합회(ICSID) 총회에서 ‘2010 세계 디자인 수도(World Design Capital)’로 선정된 서울이 대표적이다. 공공디자인을 중심으로 도시발전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서울시는 2010년까지 보도블럭을 콘크리트에서 목재로 바꾸는 것을 비롯 우체통, 분전함, 공중전화 부스의 외양을 바꾸고 조명시설 기준도 개선키로 했다. 전선은 땅에 묻고, 역사문화거리, 관광특구, 대학로 등 특화거리나 폭 25m이상 간선도로 25곳을 바꾸기로 한 것이다.
부산시는 해안도시의 미관을 최대한 활용해 야경 위주로 도심 얼굴을 꾸미고 있다. ‘야(夜)상하이’처럼 야간조명이 탁월한 ‘야(夜)부산’으로 만드는 중이다. 대구시는 도심 대로주변 600여m 거리에 ‘활력의 숲길’ ‘신천 숲광장’ ‘치유의 숲길’을 조성해 시민들이 푸르름을 맛볼 수 있게 할 예정이다.
전주시 역시 한국적 아름다움이 살아있는 ‘고품격 예술도시(Art Polis)’를 만들기로 했다. 아트폴리스는 일본 구마모토가 이미 20년 전부터 도시가꾸기에 문화예술을 접목시켜 성공을 거둔 프로젝트. 1988년부터 건축물을 세우되, 하나 하나에 예술성을 부여하고 통일감있게 추진해 왔다. 경찰서를 시작으로 전통인형극장, 다리, 공영주택 등 지금까지 74개의 크고 작은 프로젝트가 완성됐다. 8-10년 단위로 구분, 각 기마다 다른 커미셔너를 위촉해 모든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는 게 특징이다.
전주시는 아트폴리스추진위원회를 구성했으며 도시·건축·공공디자인·공공예술·정책 등 5개 분야를 두고 있다. 내년부터 도시디자인 업무를 총괄하는 아트폴리스센터를 두고 △도심물길 활성화 △교량경관 △대로변 랜드마크 △구도심 공공디자인 △고품격 신시가지 개발 △생태및 조망경관에 대한 마스터플랜을 마련키로 했다.
하지만 도시디자인은 자칫 본질적인 것을 외면한 채 포장만 바꾸는 식으로 흐를 염려가 있다. 파리 등 유럽도시의 경관이 아름다운 것은 그만큼 철저한 통제와 불편, 그에 대한 지원이 뒷받침되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