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북道의 용역남발 '지나치다'

자치단체가 정책 수립과정에서 복잡하고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자체 능력으로는 벅찬 전문지식 또는 기술을 필요로 하는 과제의 경우 외부 전문기관의 자문이나 심층적인 조사 분석등은 필요할 수 있다. 자치단체가 시행하는 용역은 이같은 전문성의 부족이나 내부에서의 평가가 객관적인 결과를 얻기어렵다고 판단될 경우에 한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 자치단체들이 이같은 원칙을 무시한채 외부용역을 의뢰하는 관행이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불요불급한 사업및 자체적으로 수행이 가능한 과제에 대해서도 마구잡이로 외부에 용역을 의뢰해 예산을 축내고 공무원들의 책임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

 

엊그제 전북도 의회의 도정질문은 전북도의 용역남발 행태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지적 내용에 따르면 민선 4기들어 1년 남짓한 기간에 전북도가 발주한 용역은 197건에 발주금액은 26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당 평균 1억원이 넘는 액수다. 재정자립도가 18.4%로 전국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광역 자치단체에서 용역 발주 건수는 전국 6위 규모로 ‘용역 만능주의’ 위험수위에 달했다는 도의원의 지적이 전혀 과장되지 않게 받아 들여진다.

 

더욱 문제인 것은 용역발주 과정의 절차다. 올해들어 발주된 125건의 용역 가운데 68%인 85건이 용역과제 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쟁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으로 발주한 용역도 33%인 41건에 달한다. 용역 발주의 타당성및 절차의 투명성에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게다가 일부 용역은 중앙 부처 용역과 중복된데다 기존 내용을 짜깁기한 수준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무분별한 용역 발주로 인한 예산과 행정력 낭비를 막기 위해서는 우선 자치단체의 의지가 중요하다. 이미 설치돼 있는 용역심의 위원회의 기능을 강화해 충분한 사전 심의가 이뤄지도록 하는게 급선무다. 용역을 실시한 과제에 대해서는 사장을 막기 위해서도 성과평가제를 정례화하고 그 정보를 공유하는 방안도 검토돼야 한다.

 

용역발주가 행정의 책임 회피를 위한 방편으로 악용돼서는 안된다. 그런 의미에서 지방의회의 책임이 크다. 용역남발을 억제해 예산낭비를 막기 위해서도 용역의 적정성과 효율성등을 꼼꼼히 따지고 불필요한 용역예산은 삭제하는 견제 기능을 제대로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