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금융실명제 비웃는 차명계좌 - 김광삼

김광삼(변호사)

허술한 금융실명제가 최근 여론의 도마에 오르내리고 있다.

 

금융실명제(金融實名制)는 모든 금융거래를 하는 실제 당사자인 본인의 이름으로 하는 제도로서 예를 들어, 은행예금이나 증권투자 등 금융거래를 할 때 실제 본인 명의로 하여야 하며, 가명이나 무기명거래는 인정하지 않는 제도이다.

 

이 제도의 근본 취지는 가명·무기명 금융거래등 잘못된 금융관행이 횡횡하면서 음성·불로 소득이 널리 퍼져 지하경제가 번창하고 그로 인하여 계층간 소득과 조세부담의 불균형 그리고 비실명거래를 통해 부정한 자금이 불법 정치자금, 뇌물, 부동산 투기등 각종 부정부패의 근원이 되기도 하여 이러한 병폐를 막기 위하여 도입된 것이다.

 

금융실명제가 도입되면 금융거래 질서의 정상화, 조세부담의 형평성 제고, 변화와 개혁을 위한 초석마련, 부정부패 및 사회부조리의 제거등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 날 것으로 기대하여 문민정부는 과거 정권에서 실시를 유보하였던 금융실명제를 과감하게 도입하였다.

 

그러나 최근 이러한 금융실명제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드는 삼성그룹 비자금 조성의혹이나 대선후보 차명계좌 의혹등이 연이어 불거지면서 현행 9개 조문으로 이루어진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에 문제점이 많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물론 금융실명제가 도입되면서부터 가명으로 만든 통장은 사라졌지만 이른바 다른 사람의 이름을 빌려 계좌를 만드는 소위 차명계좌는 아무런 제약도 받지 않고 일반화 되고 있다. 심지어 방송·신문 언론매체에서도 세금절약의 방법으로 가족간 차명계좌 개설을 제시할 뿐 아니라 금융기관의 창구에 가면 버젓이 금융소득종합과세등을 회피하는 방법으로 설명해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현행법에 의하면 차명계좌의 경우 자기이름으로 된 계좌에 대하여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 할 수 없고 차명계좌를 만든 사람은 처벌받지 않는다.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로 삼성그룹의 비자금이 드러나면서 특히 증권계좌와 관련된 차명계좌가 대기업에 일반적으로 이용되는 것으로 보인다. 차명증권계좌는 뭉칫돈이 들어와도 의심을 받지 않고 또한 증식된 재산에 대하여 세금이 부과되지도 않기 때문에 돈세탁 하기엔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현행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에는 차명계좌에 대한 조항이 없다. 다만, 정상적인 실명확인 절차를 하지 아니하고 계좌를 개설한 금융기관 직원이나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금융거래 정보를 제3자에게 넘긴 제공자나 제공요구자만을 처벌할 수 있도록 되어 있을 뿐이다.

 

지금 바로 이러한 법을 보완하여 차명계좌에 대한 처벌 규정을 신설할 수 없다 할지라도 금융기관 직원등의 권유로 차명계좌를 개설하는 경우 그 직원을 처벌 하거나 차명계좌의 경우 실질 처분권자를 계좌에 기입하는 방법, 세금을 원천징수하는 방법등 하루빨리 이를 보완하여 금융실명제의 근본취지를 살려서 정의롭고 투명한 사회가 되도록 해야겠다.

 

/김광삼(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