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숨고르기를 멈추고 검은 제복을 갖춰 입고 똑같은 음을 울리며 멀리 간 이,
늦가을 이 곳에서 약속이 된 것처럼 오늘도 기다린다.
오지 않을 사람을 기다리는 그 막연함에서 오는 심장의 뜀박질, 가늘게 갈라지는 추억의
끝자락.
끝없이 안부를 물어도 대답은 없고 돌처럼 굳은 몸에 내리는 햇살이 곧 실체를 묻어 버리고 기억을 덮으면서 나를 다독인다.
그것은 세상을 사는 힘, 살아야 한다고 내 어깨를 한참이나 토닥이며 떠나지 않는 것은 부서지는 연민처럼 아픈, 그리고 질긴 추억.
가을 끝자락이 한낮 오래도록 햇빛 속에 앉아 있는 나를 달래고 또 달랜다.
오지 않는 사람은 기다림에서도 멀어지는데 가는 계절의 끝에서 오늘도 서성임은 왜.
그 후로도 몇 번의 계절이 오고 갔는데도.
/편성희(군산나루문학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