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택의 알쏭달쏭 우리말] 동사 거르다의 용법

동사 ‘거르다’의 용법은 꽤 묘하다.

 

‘술을 걸렀다/ 요즈음은 수돗물도 걸러서 먹어야 한다/ 이 필터는 미세한 중금속까지 걸러 준다’에서 ‘걸렀다, 걸러서, 걸러’의 대상(목적어)은 각각 술, 수돗물, 중금속인데, 그 의미는 조금 다르다.

 

술을 거르면 그 상태가 많이 달라지기는 하지만, 거르기 전에도 술이고, 거른 후에도 여전히 술이다. 수돗물을 걸렀을 경우도 그 사정이 술과 비슷하다. 다만 거르기 전에는 ‘보통의 수돗물’이었고, 거른 후에는 ‘깨끗한 수돗물’이 되었을 뿐이다. 그러니까 술과 수돗물은 걸러도 그 대상인 술과 수돗물을 아예 없애버리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중금속의 경우는 다르다.

 

이 때의 거르다는 중금속을 아예 없애기 위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거르다는 매우 다른 경우를 두루 표현한다. 거름 장치를 통과시키는 것도 거른다고 하며, 그 장치를 통과하지 못하도록 걸리게 하는 것도 거른다고 한다.

 

거르다와 비슷한 말로 ‘여과하다’란 한자낱말이 있다.

 

이 때 여과하다는 거르다와 같고, 여과는 거름으로, 여과하려면은 거르려면으로 그리고, 여과해는 걸러로 바꾸어 써도 의미의 차이는 없다.

 

이러한 거름(여과) 기구에는 실험에서 액체를 거를 때 쓰는 특수 종이인 ‘거름종이’와 가루를 곱게 치거나 액체를 받아 내는 데 쓰는 ‘체’, 그리고 바닥의 구멍이 굵은 체인 ‘어레미’가 있다.

 

그리고 액체에 들어 있는 이물질을 거르거나, 담배의 진을 거르는 등 각종 거름 기구로 쓰는 ‘필터(filter)’가 있다는 것도 알아 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