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그 중에는 ‘산조’라는 것이 있다.
가야금 산조, 대금 산조, 피리 산조 등의 연주를 흔히 볼 수가 있다. 여기에 ‘산조 춤’도 있다고 한다.
산조란 우리 나라 민속음악의 하나로 삼남지방(호남, 영남, 충청의 세 지역을 아울러 부르는 말)에서 성행하였고, 특히 전라도에서 발달하였는데 오늘날에는 전국민의 민속예술로 사랑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산조’란 무슨 뜻일까?
한자로는 散調라고 쓰는데 한자 그대로 풀이하면 ‘흩어져 버리는(散), 가락(調)’이 된다.
그러나 애초부터 모든 소리는 공중으로 흩어지는 법인데, 유독 위의 몇몇에 대해서만 ‘흩어져 버리는 가락’이라고 했을 것 같지는 않다.
애초에 이것은 토박이낱말로 ‘허튼가락’이었다 한다. ‘허튼’이란 ‘헤프게, 함부로, 쓸데없는, 되지못한’ 따위의 뜻을 나타낸다.
“허튼계집, 허튼맹세, 허튼사람, 허튼소리, 허튼수작”에서 그런 용례를 더 확인할 수 있다.
그러고 보면 본디 허튼가락이란 ‘특별한 격식이 없이 즉흥적으로 행하는 연주’를 뜻했던 것 같다. 거기서 뜻이 번져 ‘악보 없이 행하는 연주’를 가리키게 되었다.
그러니까 그 낱말을 그대로 전승시켜 왔으면 좋았을 텐데, 한자에 깊이 물들어 있던 지난날에 이것을 기록하는 과정에서 散調가 되어버린 것이다.
허튼을 소리가 비슷한 ‘흐튼→흩은’으로 잘못 알고 그것을 뜻하는 한자 散을 갖다 붙인 것이다. (가락은 제대로 옮겨서 調가 되었지만)
이처럼 우리 토박이낱말을 한자로 기록하는 과정에서 엉뚱하게 바뀌어 버린 경우가 매우 많다.
한 가지 반가운 것은, 요즈음 우리 음악계에서 산조 대신 ‘허튼가락’이란 본디 낱말을 쓰려고 많은 사람들이 노력하고 있다는 소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