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산 송 씨 막내딸로 곱게 자라, 가난한 최 씨 문중 장손에게 시집 오셔 한 평생 모진 고생 하시다 이젠 살만하다 싶으니 위암이라는 몹쓸 병으로 예순 갓 넘어 이승의 마지막 끈 놓아 버리셨습니다. 몇 개울 후 매제도 간암으로 세상 등졌을 때, 저는 서른두 살 젊은 나이에 세상 원망하며 수많은 시간 허비하며 방황하였습니다.
어머님, 세월이 참으로 빠릅니다. 벌써 십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못난 아들은 이제야 가정 꾸려 아들, 딸 쌍둥이 키우며 행복하게 지냅니다. 뭐가 그리 바쁘셨는지 친손자 얼굴 한 번 못 보시고 자식 곁을 영영 떠나셨는지요. 지금도 어머님 생각만하면 가슴 저 밑에서부터 슬픔이 아려오기 시작합니다. 자식을 키워보니 어머님께서 제게 베푼 사랑이 얼마나 크나큰지 느꼈고, 또 그 빈자리를 무엇으로 채울 수 없다는 걸 누구보다 많이 느꼈습니다.
어머님! 내년 봄 온 산에 고운 영산홍이 흐드러지게 피는 날, 어머님의 둘째 며느리와 손자, 손녀 손잡고 어머님이 계신 산소를 꼭 찾아 뵙겠습니다.
/최신림(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