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사람에게 띄우는 엽서한장] 하루 종일 산을 헤맨 어머니는 도라지 등 약초 캐오셨습니다

이남덕(시인)

매년 이맘때쯤이면 서둘러 가을걷이를 마치신 어머니는

 

망태기에 콩고물밥과 김치, 곡괭이를 챙겨 넣으시고는

 

산행을 시작하셨다.

 

아침을 들기가 무섭게 산으로 향한 어머니가 종일을 헤매다

 

어스름을 물고 돌아오실 때 쯤이면 삶의 무게만큼이나 버거운

 

약초들이 하나 가득 들어 있었다.

 

도라지나 딱주는 따로 가려 놓기만 하면 되는데

 

삽초뿌리는 잔뿌리를 떼고 백출이라는 알을 따로 분리해서

 

껍질을 벗겨야만 했기 때문에 밤이 새도록

 

손질을 해야만 했다.

 

발이 쭉쭉 빠지는 눈속도 마다하지 않고 산에서

 

겨울을 나신 어머니 덕분에 전주에서 학교를 다닐 수

 

있었지만 어머니 가슴속에는 언제나 대못이 되어

 

자리하고 있다.

 

내가 좀 더 일찍 대처에 눈을 떴더라면

 

니들이 고생을 덜 했을 텐데…

 

하지만 그 덕에 지금 이렇게 건강한지도 모르지

 

하얗게 웃고 계시는 어머니 노을

 

그림자가 그립다.

 

/이남덕(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