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 호기심 등

△ 호기심 / 김리리 외 글 / 창비 / 9000원

 

 

단짝 친구에게 남친이 생겼다. "너 먼저 가. 나 남친이랑 약속이 있어"란 희영의 말에 외톨이가 된 문순. '제발 좀 깨져버려라'. 엉큼한 마음이 저 밑바닥에서부터 스멀스멀 올라오며 혀를 날름거렸다. 문순의 심정은 '상실, 무안, 비참, 허무, 굴욕'이다. (김리리 '남친 만들기'중에서)

 

10대의 풋풋한 사랑과 성(性) 이야기. 그 한바탕의 열병을 엿보고 돌아보는 재미가 쏠쏠한 책이다.

 

김경연 평론가는 "어떤 아이들은 하이틴 로맨스 소설을 돌려 읽으며 몽환적인 사랑을 꿈꾸고, 또 어떤 아이들은 성인 비디오나 야동을 훔쳐보며 앞뒤가 쑹덩 잘린 성관계가 남녀관계의 정수인 양 받아들이는 현실"에서 한발 앞으로 나간 기획작이라 평했다. 이야기 하나하나에는 이제 막 이성에 눈 뜬 10대들의 속내가 실감나게 펼쳐진다.

 

아이들이라고 '계산'이 없는 것은 아니다. 기왕이면 부잣집 딸과 사귀고 싶고, 공부 잘하는 아이와 친하고 싶다. 자신의 그런 속물근성을 깨닫고 당황하는 아이들. 서글픈 현실이긴 하지만 아이들은 그렇게 어른의 세계로 한발 들여놓는다.

 

 

△ 안녕, 스퐁나무 / 하은경 글 / 문학동네 / 9000원

 

열 두 살 소년 현이가 겨울방학을 맞아 아빠와 단 둘이 캄보디아 여행을 떠난다.

 

아빠는 안 팔리는 영화 시나리오 작가, 엄마는 종합병원 간호사. 어느 날 아빠가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고 폭탄 고백을 한다. 동료 작가와 사랑에 빠져버린 것. 격분한 엄마는 아빠를 내쫓는다. 부자의 캄보디아 여행은 이렇게 시작됐다.

 

"그래도 나는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엄마 아빠가 헤어지면 나는 돈을 벌 거다. 나도 살 궁리를 해야 하니까. 나는 컴퓨터를 아주 잘하니까 게임을 개발해서 친구들한테 팔아야겠다." 부모 때문에 일찍 철이 든 아이의 독백은 우습고도 찡하다.

 

이혼 위기에 처한 젊은 부부와 그 아들이 가족이란 무엇인지 성찰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문학동네 어린이 문학상 수상작.

 

'스퐁 나무'는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유적 타프롬 사원에 있는 거대한 무화과 나무다. 세월이 흐르면서 사원 지붕과 벽을 파고들어 한 몸이 된 나무와 사원은 이제 한 몸이 된 상태다. 스퐁 나무 앞에서 아빠와 아들은 각자 생각에 잠긴다. 이어지는 마지막 장면에서 작가는 무리한 화해를 시도하기보다 가족들이 서로에 대해 조금씩 더 잘 이해하게 됐다는 면만을 부각시킨다.

 

 

 

△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 /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글 / 시공주니어 / 6000원

 

양쪽으로 땋아 하늘로 뻗칠대로 뻗친 빨간 머리, 깨소금을 살살 뿌려놓은 듯한 주근깨 얼굴, 삐쩍 마른 다리에 짝짝이로 신은 긴 양말….

 

이 소녀의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 1945년 처음 독자를 찾아왔을 때 아홉 살이었으니, 지금은 일흔 넘은 파파 할머니가 돼야하지만, '말괄량이' 삐삐는 여전히 아홉 살이다.

 

제멋대로 어른들을 놀려먹고, 학교도 가지 않고 거짓말을 밥 먹듯 하는 삐삐.

 

전 3권으로 완역된 삐삐 시리즈 중 첫 권에 해당하는 이 책은 삐삐가 '뒤죽박죽 별장'으로 오는 일부터 시작한다. 토미와 아니카와의 첫만남, 친구가 된 두 아이를 따라 학교로 가게 된 삐삐의 엉뚱한 행동들, 다과회에서 겉으로만 점잔 빼는 부인들의 속내를 활짝 들여다볼 수 있게 한 유쾌한 수다, 도둑들을 멋지게 혼내주고 정신차리게한 일화까지.

 

삐삐는 어른들이 보기엔 버릇없어 혀를 내두르게 하는 아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이 출간되자마자 아이들은 열광했다. 어른들을 골려 주는 삐삐에게서 통쾌함을 느끼고, 삐삐의 거짓말에서 유쾌한 상상력을 발견했기 때문.

 

동화란 '착한' 이야기를 담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보기좋게 깬 계기가 됐다.

 

 

△ 전세계 1% Boy들의 비법노트 / 도미니크 이언라이트, 가이 맥도널드 글 / 오로라북스 / 8000원

 

맨손으로 올빼미 소리를 내려면 손 모양을 어떻게 해야 할까.

 

종이 물폭탄을 만드는 비법은.

 

닭에게 최면을 거는 방법은.(옆으로 뉘어서 손가락을 왔다 갔다 하면 된단다)

 

이제 막 10대에 접어든 소년들이 남들에게 주목받기 위한 기발한 비법들을 담았다. 단순히 '운동을 잘하기' '유머를 익혀 두기' 같은 평이한 노하우를 담은 것이 아니다. 두루뭉술한 교훈이 지루해진 아이들이 깔깔대며 읽을 법하다. 영국 Buster BooK에서 출간된 『The Boys' Book - How to be the best at everything』한국어판으로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보완했다. 아마존닷컴ㆍUK 아동서적 부문에서 1위를 기록하며 화제의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