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사람에게 띄우는 엽서한장] 박행복(시인·행촌수필회원)

미국에 둥지 튼지 1년이 됐구나

아침밥을 짓기도 전 너는 그 하얀 세상이 그리 보고 싶었던지 엄마를 병원응급실로 재촉했었지 자라면서도 유난히 영특하고 예쁘고 귀엽게 자라는 너의 모습에 네가 가는 곳은 어느 곳이든 늘 웃음꽃이 피었었지

 

오늘은 너와 더불어 웃음꽃을 피운지도 어언 스물다섯해가 되는 아침이구나 어릴 적부터 유난히 소고기미역국을 좋아해 생일날엔 꼭 소고기미역국을 끓였었지, 그런데 네가 세살이 되던 해였을까, 온 가족이 둘러 앉아 너의 생일을 축하하며 미역국이 시원하고 맛있다는 아빠의 말씀에 국그릇을 바꿔 한입 떠먹는 순간, 얼마나 뜨거웠는지 초롱초롱하던 두 눈에 금방 눈물이 그렁그렁 고이며 ‘아빠 미워’를 외치던 그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구나, 그런데 오늘 아침은 미역국이나 먹었는지 벌써 한국을 떠나 미국에 둥지를 뜬지도 1년이 되어가는 듯, 항상 건강하길 바라며 멀리서나마 너의 생일을 온 가족이 진심으로 축하한다.

 

/박행복(시인·행촌수필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