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재래시장이나 구도심을 연구하는 학자들마저 매우 적다. 대형유통점이나 신도심에 비해서 연구여건이 좋지 않아 전혀 구미가 당기지 않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금까지 재래시장활성화를 위해서 상당한 자금을 쏟아 부었으나 가시적 효과가 나타나지 않아 답답한 상황이다. 시설현대화에 이어서 경영현대화까지 추구했으나 시장의 물리적 여건이나 상인들의 의식이 생각처럼 뒤따라 주지 않고 있다.
올해부터는 지역상권 단위로 묶어서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의 틀을 새로 짜고 있다. 개발에 관한 내용을 입법예고하고 재래시장, 도심상가 및 구도심을 한꺼번에 연계하여 활성화하는 정책을 시행할 예정이다.
이를 위하여 정부에서는 도심과 재래시장활성화를 자문하는 교수진과 전문가들을 선발하였다. 지난주에 일본의 TMO(Town Management Organization), 상점가, 재래시장 등을 방문하고 일본전문가들과 열띤 토론을 거쳤다. 전북에서도 필자를 비롯하여 두명의 전문가가 이번 연수 및 토론 프로그램에 참가하였다.
약 25년전에 일본은 도심공동화나 재래시장 침체를 겪었다. 일본은 그동안 재래시장과 구도심활성화를 위하여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물론 문화적인 차이가 있긴 하지만 일본의 경험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는 도심상가나 재래시장 안에 비가림 시설 즉, 아케이드를 열심히 설치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설치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제 일본은 설치한 아케이드를 철거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노후화되고 침침한 분위기의 아케이드를 철거하고 Open Mall로 이행할 계획이었다. 환경보호와 자연친화적인 상가와 시장 만들기를 추구하고 있었다.
대형마트에 대항하는 재래시장의 생존방향은 지역밀착형 공동 수퍼, 문화와 관광형 재래시장, 대형점과 차별화된 점포업종,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시장 및 상가개발 등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었고 그러한 상가와 시장만이 살아남았다. 일부 전통적인 재래시장은 철저하게 일차 식품만을 취급하면서 대형점에서 느낄 수 없는 인간적 그리고 전통적 시장을 구현하는 것이 나름대로의 해답이었다.
또한 구도심활성화는 도시계획보다는 지역상권 개발차원에서 종합적으로 접근하고 있었다. 마을만들기, 지역재생프로그램, 도시만들기 등의 마스터플랜을 세우고 대단위로 개발을 하는 것이다. 이는 영국의 TCM(Town Centre Management), 미국의 BID(Business Improvement District)와 맥을 같이하고 있다. 우리의 구도심살리기 전략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 준다고 볼 수 있다.
반드시 일본의 사례가 우리에게 그대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일본학자들과의 토론을 통해서 우리 실정에 맞는 구도심 및 재래시장활성화의 방안을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었다.
/유대근(우석대 유통통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