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숭고한 사랑 나눔 '장기기증' - 강명재

강명재(전북대병원 홍보실장)

“다시 살아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제 마음에 영원한 챔피언으로 남을 거예요. 벼랑 끝까지 가 본 사람으로써 누구보다 그 심정을 잘 아는 만큼, 앞으로 베풀고 살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타인으로부터 기증 받은 장기로 새 삶을 살게 된 한 여성의 아들은 자신도 각막이든 장기든 기증할 것이라며 그저 고맙다고 말했다. 선행이 또 다른 선행을 낳았다. 이런 것을 두고 ‘선한 일의 선순환’ 이라고 불러도 될 듯싶다.

 

2008년 초 전라북도는 ‘장기기증’이 큰 이슈가 되고 있다. 시합 중 불의의 사고와 죽음, 그리고 6명에게 새 생명을 준 장기기증으로 온 국민의 마음속에 ‘영원한 챔피언’으로 남은 故 최요삼 선수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전북 정읍 출신인 고인이 기증한 간이 운명처럼 전북으로 내려오면서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고, 더불어 큰 감동을 선사했다. 고인의 간은 전북대학교병원에 입원한 한 환자에게 이식됐고, 수술은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최요삼 선수의 장기기증이 있기 며칠 전인 지난 해 말, 전북에서는 뇌출혈로 뇌사상태에 빠졌던 두 아이의 엄마 박선화 씨가 뇌사 장기기증을 하고 영면에 들어 많은 사람에게 귀감이 되기도 했다. 박 씨의 희생으로 전북에서만 두 명의 만성 신장질환 환자가 새로운 삶을 살게 됐다. 또한, 최요삼 선수 장기기증 다음날 교통사고를 당해 40여일간 입원해있던 환자의 부모가 장기기증을 결정해 4명의 환자들에게 전해지기도 했다.

 

‘신체발부 수지부모(身體髮膚 受之父母)’ 라며 장기기증을 꺼려했던 과거의 편견과는 달리 뇌사 장기기증은 생면부지의 타인에게 희망과 새 생명을 주는 숭고한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장기기증은 턱 없이 부족한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KONOS)가 공개한 장기이식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07년 한 해 동안만 골수 포함 장기기증을 희망한 사람은 9만7600여 명에 달하는 등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 통계만 보면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실제 장기기증자 수를 보면 상황이 매우 좋지 않다. 2007년 말 기준으로 장기기증을 기다리고 있는 만성 질환자는 고형장기 1만1513명, 각막·골수 8543명 등 2만56명에 달하지만 실제 장기기증자는 지난 해 1년 동안 148명에 불과했다. 이는 여타 선진국과 비교해도 크게 부족한 수준이다. 장기기증자는 한국의 경우 100만명 당 3.1명으로, 미국 100만명 당 25명, 스페인 100만명 당 30명에 비해 크게 부족하다. 148명의 기증을 통해 676명이 새 삶을 받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절망의 늪에 빠져있는 셈이다.

 

그러나 최요삼 선수와 많은 뇌사 장기기증자들의 숭고한 희생으로 우리의 인식이 점차 변하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최요삼 선수의 간을 받아 이식수술을 진행한 전북대병원 조백환 교수는 “이번 최선수의 장기기증의 효과가 더욱 확대되어 사회현상의 하나로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라는 소망을 나타내기도 했다. 최요삼 선수 본인이 생전에 원했던 일이라 해도 가족들의 의지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라며 그 가족들 또한 대단하고 감사하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전북과 인근 지역에도 간, 신장, 각막 등 각종 만성 질환에 시달리는 환자들이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전북의 우수한 의료수준이다. 최요삼 선수의 간을 이식 받은 환자도 전남 사람으로 간 이식수술을 잘 하는 우수한 의료기관을 찾다 전북대병원에 왔다고 한다. 전북대병원 의료진은 간 이식분야에서 서울 유수의 병원에 결코 뒤지지 않는 수술 성공률을 자랑한다. 신장이식 분야에서는 국가지정 신장재생연구실을 운영 중인 전북대병원이 가장 활발하게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으며, 뒤를 이어 원광대병원, 예수병원이 이식팀을 구성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위와 같이 전북지역에는 훌륭한 의료진과 인프라가 갖춰져 있다. 이제 도민들 한 사람, 한 사람이 운전면허증에 장기기증 희망자임을 표시하는 사랑실천만 남은 건 아닐까.

 

/강명재(전북대병원 홍보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