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체에 관한 연구의 역사
물질의 상태 변화가 학술적으로 연구되기 시작한 것은 열학이 발전하기 시작한 18세기 중엽부터였다. 그 당시의 사람들은 상온·상압에서 액체 상태인 물질이 기화한 것을 ‘증기’라 하고, 상온·상압에서 기체 상태인 물질을 ‘가스’라 하여, 증기와 가스를 구별했다. 그러나 과학적인 연구가 진척됨에 따라, ‘증기’와 ‘가스’의 구별은 본질적으로 무의미하다는 것이 밝혀졌다. 1823년 영국의 화학자 M. 패러데이는 ‘가스’도 ‘증기’처럼 조건이 달라지면 액체가 된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는 염소기체에 큰 압력을 가하면 액체가 된다는 사실을 발견했으며, 같은 방법으로 탄산가스·암모니아가스의 액화실험에도 성공하였다. 한편 공기, 수소, 헬륨 등의 기체는 그러한 방법으로는 액화할 수 없었으며, 당시의 과학기술로는 다른 어떠한 조건 아래서도 액화할 수 없는 것이라고 믿어졌기 때문에 그 기체들은 ‘영구기체’라 불리었다.
19세기 후반에는 T. 앤드루스에 의해 ‘임계온도’(순수한 물질의 경우, 기체-액체 평형이 일어날 수 있는 최고의 온도)의 존재가 발견되면서 어떠한 기체라도 온도가 임계온도보다 높으면 압력을 아무리 크게 가해도 액화되지 않고, 반대로 온도가 임계온도보다 낮으면 압력을 가함으로써 기체를 액화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와 같이 임계온도와 액화와의 관계가 밝혀지면서 영구기체라 불리었던 공기, 수소, 헬륨 등도 끓는점이 높은 것부터 차례로 액화시키는 데 성공하였다.
2. 기체의 운동
기체란 기체분자라는 작은 알갱이들이 모여 자유롭게 움직이는 실체를 말한다. 과거에는 기체에 열을 가하면 열량이라는 물질이 기체로 흘러들어 기체의 온도를 높이는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열역학 제1법칙에 의해 열을 가해 기체가 받은 열에너지가 기체를 구성하는 기체분자의 운동에너지를 증가시키기 때문에 기체의 내부에너지가 증가하여 온도가 올라간다고 알려져 있다. 이때 기체의 분자들의 운동에 관한 이론을 기체분자 운동론이라 부른다.
(1) 기체운동론의 발달
뉴턴은 이미 물질을 구성하는 입자는 파괴될 수 없는 성질과 영구성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함으로써 분자의 존재를 파악하고 있었다. 유체역학에 대한 이론으로 유명한 스위스의 물리학자 베르누이는 1738년 기체 운동론의 본질적 성질들을 제대로 추론하였다. 즉, 기체는 무한히 많은 수의 입자로 이루어져 있고 그들은 멋대로 움직이다가 서로 충돌하며 기체를 용기 속에 담았을 때 기체의 압력은 이 입자들이 용기의 벽과 충돌하는 충격력에 의해 나타난다고 보았다. 영국 물리학자 워터스턴이 1845년 영국 학술원에 제출한 논문에서 기체의 성질과 기체의 온도와 압력 그리고 기체분자의 운동 사이의 관계를 추론하고, 기체의 온도는 기체를 이루는 분자들의 평균 속력의 제곱으로 결정됨을 최초로 제안하였다.
클라우지우스(Rudolf Clausius, 1822~1888)는 열역학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D. 베르누이가 1738년에 언급한 사실을 1세기 이상이나 지나서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즉, 기체를 구성하는 무수한 분자에 역학의 법칙을 적용한다는 것이다. 이 분자는 작은 당구공과 같이 서로 충돌을 해서 딴 방향을 향하게 되는 등의 운동을 한다. 처음에는 분자의 수가 많다는 것이 사태를 복잡하게 하는 것 같았으나 기체운동론을 확립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었다. 통계학의 도움으로 분자를 연구한 것이다. 확률론과 대수의 법칙은 이 연구에 매우 적합한 것이었다. 이 새로운 분야를 건설한 것은 클라우지우스만이 아니었다. J. 맥스웰이나 미국의 J. W. 깁스 등 그 밖의 여러 사람들이 커다란 공헌을 하였다.
(2) 기체운동론의 내용 및 의의
기체의 내부에너지, 압력, 온도와 같은 기체의 전체적 성질이 기체의 미시적 성질 즉, 기체를 구성하는 분자들의 운동과 연결되어 있는 방법에 대한 이론이다. 다시 말해 압력과 온도를 분자라는 수준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다.
기체를 구성하는 입자(분자)는 제멋대로 움직이다가 서로 충돌하는 아주 작고 단단한 구의 형태로, 충돌할 때는 에너지를 잃지 않는 완전 탄성충돌을 한다. 운동론에 의해 기체의 압력을 설명하면 기체 분자가 1초 동안 벽의 단위 넓이에 충돌하는 수(vx/2l : vx는 x방향 속도, l은 용기 한 변의 길이)와 충격량의 평균 세기(2mvx), 분자수(N)에 비례하게 된다.
이 식이 의미하는 것은 기체분자의 평균 운동에너지는 온도에만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또한 일정한 부피에서 온도가 높아지면 분자의 속도가 빨라져 충돌수와 충격량이 증가하므로 압력은 온도에 비례하게 된다. 반대로 온도가 올라갔을 때 압력이 일정하게 유지되려면 부피가 팽창하여 충돌수를 줄여줘야 된다. 이는 기체 분자 운동론으로 보일의 법칙이나 샤를의 법칙을 설명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진대현(1318논술연구소 과학논술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