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싸다. 평소보다 더 쌉니다. 거저나 다름없으니까 둘러보고 필요한 것 있으면 사 가세요.”
매달 15일이면 전주남부시장이 붐빈다.
지난해 2월 15일에 시작해 이달 15일로 꼭 1년째를 맞는 바겐세일의 날이 시민들의 입소문을 타고 활성화단계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이날도 전주남부시장 풍남문상인회 소속 180여개의 상가가 특별 반값세일에 나섰다. 정가를 받는 음식점 등은 50% 세일, 농축산물 판매 상인들은 곳에 따라 20~40%의 폭탄세일을 벌였다.
풍남문 로터리에는 시식코너를 비롯해 특별판매 부스도 마련됐다. 시중가격 1만2000원짜리 김 한 상자가 8000원, 2만4000원하는 계화미가 2만원, 7000원에 팔리는 10kg 귤 한 박스는 4000원이다. 산지에서 직접 우리 농산물을 사들여 중간 이윤없이 팔기 때문에 가능한 가격으로 직거래를 통한 서비스라는 설명이다.
이 같은 가격 할인에 베테랑 주부들도 충동구매 유혹을 벗어나지 못하는 분위기다. 세일 부스에 들러 이것저것 물건을 둘러보던 윤계순씨(73·전주시 효자동)는 고심 끝에 20kg 쌀 한가마를 샀다. 윤씨는 “평소 가격보다 4000원은 싸게 팔아 얼른 한 포대를 샀다”며 “매달 보름 때만 되면 잊지 않고 남부시장에 들러 싸게 나온 물건을 사 간다”고 말했다.
똑순이 주부들은 할인된 가격에도 추가 흥정을 벌인다. 그냥 팔아도 밑진다는 상인들의 우는 소리에도 손님은 깎은 김에 더 깎아달라고 떼를 쓰는 등 정겨운 흥정이 한창이다.
바겐세일의 날을 십분 활용하는 상가들도 많다. 돼지고기 등을 파는 남문축산은 매달 14일만 되면 관리고객들에게 ‘돼지고기 불고기 600g에 1000원’ 등 솔깃한 문자메시지를 보낸다. 덕분에 15일만 되면 손님이 3배가량 늘어나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는 설명이다.
남문축산 김한하씨(41)는 “간혹 적자를 보는 날도 있지만 장사는 일단 팔아야 운영된다”며 “15일에 찾은 손님이 고기가 좋고 싸다며 단골손님이 되는 경우도 많아 매출에 큰 도움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부작용도 있다. 매달 15일마다 남부시장에 온다는 시민 유모씨(42·전주시 전동)는 “대부분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고 15일에만 이웃끼리 남부시장에 들러 싼 물건을 산다”고 털어놨다. 매달 15일에만 재래시장을 찾는 손님도 적지 않은 것이다.
풍남문상인회 김홍기 회장은 “재래시장이 가격도 싸고 질도 좋지만 시민들이 이를 알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며 “하루 손해를 볼 수 있지만 시민들과 접촉하고 믿음을 쌓아가는 과정에서 반값 판매의 손해를 넘는 이익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