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칼럼] 짐을 내려놓고 길을 묻는다 - 이병우

이병우(전주예은교회 목사)

예일대학의 심리학과 석좌교수인 로버트 J. 스타인버그(Robert J. Steinberg)의 ‘Successful Intelligence’(썩세스풀 인테리전스)라는 책 속에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똑똑이와 똘똘이가 있었습니다. 똑똑이라는 아이는 학교에서 최우등을 할 정도로 공부를 아주 잘하는 똑똑한 아이고, 똘똘이라는 아이는 동네에서 소문난 개구쟁이자 말썽꾸러기입니다. 이 두 친구가 같이 산에 올라가게 되었는데 산에서 큰 호랑이를 만났습니다. 똑똑이가 호랑이를 딱 보는 순간, 똑똑한 머리로 계산을 했습니다. “호랑이가 250m밖에 있다. 시속 50㎞로 달려오고 있다. 그러므로 17.88초에 다가올 것이다. 그 다음에는 죽는다”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이 말을 듣고 똘똘이는 운동화 끈을 풀어서 다시 꼬옥 매고 있는 것입니다. 똑똑이가 말했습니다. “야, 이 멍청한 놈아, 네가 뛰어 봤댔자이지 어떻게 호랑이보다 빠르게 뛸 수 있겠느냐?”하고 말을 했더니 똘똘이가 씨익 웃으면서 한마디를 했습니다. “아니야, 나는 너보다 빨리 뛰기만 하면 되거든.”

 

세상에는 똑똑한 사람과 똘똘한 사람이 있습니다. 지식이 많은 사람과 지혜가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성경은 말합니다. 지식이라는 것은 사람으로부터 얻어지는 것이지만 지혜는 하늘로부터 오는 것이라고....

 

한 해 살이를 또 시작했습니다. 무엇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어떻게 살아야 잘 살았다고 할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요즈음 새벽기도회를 마치고 전주천변을 산책하곤 합니다. 추운 겨울이라 모자도 써야하고, 마스크도 해야 하겠고, 옷도 두 겹, 세 겹으로 단단히 무장합니다. 바지는 방한용 바지를 입고, 신발도 걷기 편한 신발을 신고... 그러다 ‘mp3 플레이어를 가져갈까 말까’라는 고민에 빠지기도 합니다. ‘그냥 조용히 걸을 까 아니면 성경을 들을까? 찬송을 들을까?’ 결국 일단은 호주머니에 넣고 가보자라고 결심을 합니다. 교회 사무실을 나서는 제 모습은 잔뜩 눈으로 부풀어 있는 눈사람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여행을 많이 해 본 사람과 여행을 처음 가본 사람과의 차이점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여행을 많이 해 본 사람은 꼭 필요한 물건을 가져가기 때문에 짐은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여행을 처음 가본 사람은 무엇인가 가방 가득히 가져가기는 하지만 여행지에 가서 보면 필요한 물건은 가져오지 않은 것입니다. 막상 보면 필요 없는 물건만 가득히 가져온 것입니다.

 

산책을 할 때에도, 여행을 할 때에도, 한해를 시작할 때에도 여전히 우리는 새내기 여행객처럼 필요 없는 짐들을 내려놓을 줄을 모릅니다. 여전히 양어깨와 두 손에 무거운 짐을 잔뜩 지고 출발을 합니다. 예수님의 가르침은 그 무거운 짐들을 내려놓으라고 말씀하십니다.

 

“무거운 짐을 지고 지친 사람은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할 것이다.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나의 멍에를 메고 내게 배워라. 그러면 너희 영혼이 쉼을 얻을 것이다.”(마 11:28,29) 아침 산책 길에서 우리가 내려 놓지 못한 무거운 짐이 무엇일까 생각해 봅니다. 아직도 우리 마음에 온갖 탐욕스러움, 시기, 질투, 미움, 원망, 음란, 방탕, 교만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가지고 가야할 사랑과 기쁨과 평화와 오래 참음, 자비와 착함과 성실과 온유와 절제는 아직도 우리 마음에 남아 있는 것일까?

 

독자 여러분! 이 한해를 시작하는 이 시점에서도 언론이나 세상에는 온갖 세상은 경쟁의 소리로 뒤덮여 있습니다. 그래야 산다고 말입니다. 투쟁해야하고, 쟁취해야하고, 이겨야하고, 다 그 놈 때문이다 고 말입니다. 진실과 정직을 묻기 보다는 잘 먹고 잘 살아야 한다고 말입니다. 그게 다 똑똑한 소리로 들립니다. 하지만 지금은 똘똘한 생각을 해야 할 때가 아닐까요.

 

이제 끓어오르는 욕망과, 한없는 원망, 그 한의 소리를 내려놓고 한해를 시작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대로는 한해를 마음껏 달릴 수 없지 않겠습니까? 마음의 무거운 욕망과 한의 추를 달고는 한해를 멋지게 살수 없지 않습니까? 부디 이 무거운 짐들을 내려놓고 사랑과 평화와 온유함으로 한해를 사는 길을 묻지 않겠습니까?

 

/이병우(전주예은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