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나 '못말리는 결혼'서 코믹 연기

"때로는 피자도 먹어야죠"

"항상 밥만 먹고 살 수는 없잖아요? 때로는 피자도 먹고 스파게티도 먹어야죠." 데뷔 이후 주로 예술성 있는 영화에 출연하며 스크린에서 입지를 탄탄히 다져온배우 김혜나가 색다른 메뉴를 골라 '별미'를 만끽하고 있다. 동명의 영화를 원작으로 한 KBS 2TV 일일시트콤 '못말리는 결혼'에서 임채무의 여동생 구해주로 등장해 확실한 연기 변신을 선보이고 있다. 좋은 남편감을 구하기 위해 병원, 사법연수원 등 어디든 찾아나서는 엉뚱하고 발랄한 백수 노처녀 역할이다.

 

2001년 '꽃섬'으로 데뷔한 그는 '저예산 영화의 여왕'이라는 수식어까지 얻으며마니아 층에게는 잘 알려졌지만 단막극 외에 TV 무대는 처음. 이번 일일시트콤은 시청자들과 제대로 사귈 기회다. 더구나 영화에서 주로 어둡고 상처 입은 여인으로 등장했던 그가 뽀글뽀글한 머리에 활발하고 수다스러운 모습으로 나타났다. 영화 속 김혜나의 모습을 기억하는 팬이라면 두 눈을 의심할 만한 대폭 변신이다.

 

변신은 배우의 숙명이라고는 하지만 이 정도면 파격적이라고 할 만한데 그 속내가 궁금하다.

 

"어느 작품에나 사고뭉치 푼수녀가 한 명씩은 나오잖아요. 그동안 한번도 안 해봤는데 정말 하고 싶었어요. 예술영화만 고집했던 게 아니라 장르나 역할을 구분하지 않았는데 이런 역할을 이제야 하게 된 거죠. 이번에도 놓치면 후회할 것 같아 거부할 수 없었어요. " 예술영화의 주연 배우가 어느 날 갑자기 TV 시트콤에서 푼수 연기를 하고 있으니 의아하게 생각할 팬들도 있을 법하다. 혹시 실망스러워하는 팬은 없을까.

 

"매번 어두운 역만 하다가 재미있는 역할로 매일 TV에 나오니 주위에서는 굉장히 좋아해요. 전에는 제가 나오는 영화가 어렵다고 할머니나 어머니는 잘 안보셨는데 요즘에는 반찬이 달라졌는 걸요. 성격도 더 밝아져서 수다쟁이가 됐어요. 호호호.

 

" 김혜나 자신도 시트콤 출연에 대만족이다.

 

항상 냄새만 맡고 군침을 삼키면서도한번도 먹어보지 못한 맛있는 음식을 먹는 듯한 마음으로 즐기고 있다. "역시 출연하길 잘한 것 같아요. 재미있는 게 최고지요. 저를 알리는 데도 도움이 되고요. 전에는 이런 기회가 있어도 고민하다가 못하고 매번 후회했는데 이제 후회 안 하고 살려고요. 항상 같은 것만 하다 보면 그 안에 갇히는 것 같아서 다른 시도를 많이 해보려고 합니다."

 

'못말리는 결혼'을 스파게티처럼 특식으로 즐기고 있는 김혜나는 지금까지 채우지 못한 연기에 대한 굶주림 때문에 앞으로 더욱 다양한 메뉴를 맛볼 참이다. "사극도 아직 못해봤고, 길가다가 욕먹을 만큼 못된 여자 역할도 해보고 싶어요.

 

베이스 기타도 배우고 싶고, 예전에 배웠던 탱고도 다시 하고 싶고 정말 해야 할 일이 많아요. 올해는 쉬는 날 없이 바쁘게 일하는 게 꿈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