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17일 이틀 연속으로 한국언론학회가 주최한 ‘새 정부의 미디어 정책 과제’ 대토론회가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토론회가 시작되기 전부터 수 백명의 방청객들이 몰려들어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새 정부가 각 분야에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거센 변화의 바람이 언론계에서도 강하게 소용돌이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외국의 선진국들 대부분은 방송의 소유와 내용을 규제할 목적으로 하는 비교적 엄격한 방송법을 갖고 있는 반면에 신문에 대해서는 별도의 법을 갖고 있지 않은 국가가 많다. 현재 OECD에 가입한 30개 국가 중에서 신문법을 갖고 있는 국가는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8개 국가에 지나지 않는다. 이를 두고서 일부에서는 우리나라도 아예 이참에 별도의 신문법을 두지 말고 전적으로 신문시장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우리 신문시장의 현재 상황이 과연 시장의 자율에 맡겨도 될 정도로 안정적이고, 제 기능을 다 하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 아닐 수 없다.
지난 8일 인수위가 신문법의 대체입법 추진을 거론하자 예상했던 대로 조중동은 즉각 찬성한 반면, 한겨레와 경향은 적극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지역신문들은 입장표명을 하지 않았지만 당연히 찬성할리 만무하다. 조중동의 메이저 신문들은 신문시장의 자율성을 강조하는 반면에 마이너 신문들은 다양한 여론의 공존을 위한 소수 언론의 보호를 강력히 옹호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지난 2006년 헌법재판소가 현행 신문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이종매체간 교차소유금지 조항이 합헌이라고 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는 신문-방송 겸영을 전면 허용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메이저 신문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미디어 융합은 세계적 트렌드’라면서 이의 필요성을 강하게 제기해 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들 메이저 신문들이 YTN 등과 같은 보도전문 채널이나 예능, 드라마까지 편성할 수 있는 종합편성 채널을 소유하고자 하며, 궁극적으로는 지상파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현재 OECD 가입국가 중에서 신문-방송 겸영을 금지시키고 있는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할뿐더러 신문, 방송, 통신, 인터넷 간의 융합은 피할 수 없는 세계적인 추세라는 점을 인정한다. 그럼에도 신문-방송 겸영이 자칫 대기업의 미디어 독식을 가져올 수 있고, 신문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메이저 신문들이 방송까지 장악하여 거대 복합미디어 그룹으로 성장할 경우 공중의 다양한 접근권 보호와 다양한 여론의 공존을 어렵게 만들 위험성이 높다 하겠다. 이렇게 된다면 지역신문 같은 소수자를 위한 마이너 신문들의 존립은 더욱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새로운 신문관련 대체법에서 이에 대한 법적 보호조항이 반드시 담보되어야 할 것이다.
권혁남 교수(52) 정읍출신으로, 고려대 신방과를 졸업했다. 언론중재위원과 전북민언련 공동대표를 지냈으며, 한국언론학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권혁남(한국언론학회장·전북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