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게맹갱 외에밋들. 풍성한 알곡을 한없이 쏟아내던 김제 만경의 끝 모르게 이어지는 너른 들판이다. 엄청난 양의 쌀을 생산했기 때문에 오히려 배가 고팠던 지역이기도 하다. 일제때는 미곡 수탈의 대상이 됐고, 국토 개발의 열풍에 한창일 때는 절대농지로 묶여 다른 지역에 비해 재산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했다. 오늘날에도 끝없는 쌀값 하락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이런 김제가 한우를 바탕으로 새로운 세상을 꿈꾼다. 지난해 4월 20일 재경부로부터 총체보리한우산업특구로 지정된 것이 계기다.
김제 총체보리한우특구는 한마디로 한우를 꼭지점으로 하는 자연순환 농업이다. 벼농사에서 나온 벼와 총체보리를 소에 먹이고, 소가 배설한 쇠두엄을 퇴비 자원화하여 논에 살포, 토양의 유기질을 높인다.
현재 한우조합과 축협이 총체보리로 사료를 만드는 '총체보리섬유질사료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김제시는 국비와 시비, 자담 등 130억원을 들여 33개 법인을 대상으로 총체보리한우 사육단지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한우생산밸트 조성, 파워브랜드사업, 축제활성화 등 전체 사업비는 2387억원이다.
100여 마리의 한우를 직접 키우고 있는 김제시 강달용 친환경축산담당은 "우분(牛糞)은 물기가 없는 풀 성분으로 악취가 거의 없다”며 "장기적으로는 논농사 뿐만 아니라 과수, 원예 등 모든 작물에 우분을 활용해 농약과 비료의 사용을 극소화 함으로써 친환경농산물로 승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총체보리를 먹고 자란 한우는 품질도 아주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육즙이 많고 고기가 연해 일반 한우에 비해 평균 1개 등급 이상 높은 판정을 받고 있다. 또 소의 체중도 650~700kg으로 평균 50kg 가량 많다. 한우 한 마리당 등급 상승에 의한 100만원과 체중증가에 의한 50만원 등 150만원 가량 수익이 높다는 게 전북한우협동조합측의 설명이다.
김제시는 현재 3만5000여 마리인 한우 사육규모를 2011년까지 10만 마리로 늘려 나간다는 방침이다. 경제적 효과는 한우 사욕으로 인한 소득증대 114억원, 총체보리 재배로 인한 소득증대 70억원, 친환경 쌀 재배로 인한 소득증대 20억원 등 연간 205억원 가량 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보리생산 농가 새 희망
김제시는 원래 축산과 인연이 없던 곳이다. 쌀을 대량으로 생산하기 때문에 축산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고 살아왔다. 그러나 이젠 다르다. 넓은 논이 있기에 어느 지역보다도 유리한 여건을 갖추게 됐다.
실제로 수입산 조사료의 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치솟아 현재 수입산 조사료의 가격은 볏집에 비해 3∼4배 가량이나 비싸다. 영양소 등은 다소 떨어지지만 축산농가들이 볏집 등에 크게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실정. 그런데 김제는 볏집이 매우 풍부한 지역. 경상도, 강원도 등 다른 지역으로도 많이 팔려나가고 있다.
김제시청 관계자는"곤포 사일리지라고 불리는 라운드베일 1개의 가격이 김제에서는 3만원씩이지만 경상도 등 다른 지역에서는 운반비와 유통수익 등으로 6∼7만원에 팔리고 있다”며 "김제시가 어느 지역보다도 축산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김제총체보리한우산업특구 지정은 시기적으로도 적합한 것으로 판단된다.
정부는 보리수매를 점차 줄여 2012년까지 완전 폐지한다는 방침이다. 보리수매 제도가 폐지되면 판로가 막히고 김제지역 보리생산농가들의 어려움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런 상황에서 총체보리의 사료화는 새로운 희망의 불빛이다.
이같은 특구사업의 구상의 배경에는 김제 황산에 둥지를 튼 전북한우조합의 성과가 크게 작용했다. 2004년 우리나라에 생우가 도입될때 위기의식을 느낀 도내 한우농가들이 뭉쳐 만든 전북한우조합은 농진청 축산연구소에서 다년간 연구한 '총체보리 한우 사양프로그램'을 현장에 접목, 국내 최초로 '총체보리 배합사료'를 먹고 자란 최고급 한우를 만들어냈다. 지난해에는 농림부와 농협중앙회가 주최한 축산물브랜드전에서 김제 총체보리 한우가 고품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상품도 널리 알려지지 않는다면 팔릴 수 없다. 브랜드 파워를 어떻게 높이느냐가 매우 중요한 과제인 것이다.
브랜드 통합의 필요성
현재 현재 김제시에는 2개의 총체보리사료공장이 있다. 한우조합과 축협이 운영하고 있다. 똑같이 김제지역에서 생산되는 총체보리를 사료로 활용하고 있지만 한우조합은 '총체보리 한우', 축협은 '참예우'를 브랜드로 쓰고 있다. 건전한 경쟁을 통해 시너지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그 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브랜드를 홍보하는데도 한계가 있고 소비자들에게 혼동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나친 경쟁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김제시 관계자는 "브래드 통합의 필요성을 절감, 별도법인 설립 등을 논의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2모작 농지 땅심 높이기 과제
똑같이 한우 한마리를 키우는데 150만원 가량 소득을 더 올릴 수 있다면 매우 매력적인 여건임이 틀림없다. 때맞춰 김제시는 축산농가 뿐만 아니라 경종농가에 대해서도 사업참여를 허용했다. '묻지마 투자를 해야 한다'는 사람도 있지만'지나친 낙관은 금물이다'는 지적도 있다. 한우육종연구회 총무를 맡고 있는 정창호씨(54·금구면 이장단협의회장)는 "축산은 순환주기가 3년 정도 걸리기 때문에 어느 정도 자기자본 없이 무리한 사업참여는 위험하다"고 말했다. 소는 다 키워놨는데 소값이 떨어질 경우 출하를 미루고 사료값을 계속 투입할 정도의 '힘'이 없다면 주저앉기 쉽다는 것.
총체보리 재배에 따른 '지력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단모작 중심의 농사에서 2모작 체계로 바뀌는 만큼 땅힘을 돋아주지 않으면 미질 하락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제시는 우분을 활용한 지력증진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현재 김제시에서 생산되는 우분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