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에 나와있는 책들 중 「2007 황순원문학상 수상작품집」(중앙북스)에 손이 간 것은 순전히 작가들의 캐리커처 때문이었다.
‘2007 황순원문학상’ 수상작인 ‘달로 간 코미디언’의 김연수는 뭔가 불만스러운 듯 표정이 일그러져 있지만, ‘딱’ 보면 그임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다. 문체에서 왠지 모를 까칠함과 깐깐함이 느껴지는 은희경은 예쁘게 그려졌으며, 요상한 안경이 포인트인 박민규도 ‘의외로’ 평범하게 나왔다.
황순원문학상은 2000년 타계한 소설가 황순원 선생의 문학정신을 잇기 위해 중앙일보와 문예중앙이 2001년 제정했다. 심사 대상은 중편소설을 포함한 단편소설. 상금은 5000만원으로, 단편소설 한 편에 수여하는 상금으로는 한국 문학상 중에서 가장 많다. 모두 13명의 심사위원이 동원돼 세 단계에 걸쳐 진행되니, 심사과정도 꽤 까다롭다.
2007년 7회를 맞은 황순원문학상은 2006년 7월부터 2007년 6월까지 문예지에 발표된 작품을 대상으로 심사했다. 통상 1심을 통과하는 작품은 30편 정도. 그러나 이번에는 27편만이 선정됐다. 이 중 10편의 작품이 2심을 통과해 최종심에 올랐다.
수상작은 작가의 특징과 장점이 골고루 드러난 김연수의 ‘달로 간 코미디언’. “상복 많은 김연수를 피해가기 위한 이러저러한 다른 논의들에도 불구하고 ‘달로 간 코미디언’은 이러한 마지막 태클까지도 뛰어넘어 질주했다”는 권오룡 최종 심사위원의 심사평이 재밌다.
「2007 황순원문학상 수상작품집」에는 수상작을 비롯해 2심을 통과한 10편이 실렸다. 윤성희 ‘이어달리기’, 이혜경 ‘한갓되이 풀잎만’, 성석제 ‘여행’, 백가흠 ‘루시의 연인’, 권여선 ‘반죽의 형상’, 김애란 ‘칼자국’, 전성태 ‘남방식물’, 은희경 ‘고독의 발견’, 박민규 ‘깊’ 등이다.
‘칼자국’은 아직 신인의 이미지를 풍기는 작가의 작품이라 하기에는 안정감이 돋보인다. 건강하고 활달한 ‘어머니’를 한 인물로 내세워, 소설을 통한 인물의 발견 의미가 어떤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 볼 여지를 남긴다. 콩나물국밥집 네 딸이 여행 중 우연히 버스승객을 구하면서 전개되는 ‘이어달리기’는 인물 구성과 캐릭터 제시의 방식이 독창적이다.
대식증에 시달리는 나와 거식증에 걸린 N의 모호한 관계를 다룬 ‘반죽의 형상’, SF소설로는 사상 최초로 문학상 최종심에 진출한 ‘깊’, 남성 자위용 인형에 얽힌 이야기 ‘루시의 연인’, 대학신입생들의 고단한 무전여행기를 다룬 ‘여행’, 진정한 자아를 찾아 길을 떠나는 구도 소설의 면모를 보인 ‘고독의 발견’, 관계와 소통에서 오는 좌절감을 그린 ‘한갓되이 풀잎만’, 다인종을 바라보는 우리 의식의 이중성을 보여준 ‘남방식물’ 등 색깔이 다른 한 편 한 편이 매력적이다. 물론, 읽는 재미는 말할 것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