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방, 비디오방, 피시방 등 국내 여가문화의 키워드는 ‘방(房)’이다. 방문화는 낯선 타인들과의 분리를 통해 ‘방’ 밖에서는 드러내 놓고 할 수 없는 행동을 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런 방문화를 평정한 곳이 바로 ‘찜질방’이다. 한국인의 유전자인 ‘아랫목’을 떠올리는 따뜻한 공간에서 밤새 집처럼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다. 하지만 타인과 공동으로 땀을 빼고 잠을 잔다는 점에서 기존의 ‘방’들과 달리 개인주의에 역행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전북목욕협회에 따르면 도내지역에는 30여개의 찜질방이 성업중이다. 가족에서부터 연인·친구에 이르기까지, 도민들이 즐겨찾는 찜질방에서는 밤사이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를 들여다본다.
△ 이런 사람 조심
찜질방에서는 어디든 잘 수 있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과 불과 한뼘 사이를 두고 잠을 청하곤 한다. 때문에 남녀 공동수면실의 경우 곤히 자고 있는 사람을 추행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피해자들이 언급하는 추행자의 수법은 대략 이렇다. 자고 있는 사람의 발에 가만히 자신의 발을 대 보거나 수건을 떨어뜨려 본다. 반응이 없다면 마음 놓고 옆에 누워 더듬거린다는 것. 또한 연인이나 부부가 같이 왔다면 자는 중간에도 서로 간격을 유지해야 한다. 전주시 A찜질방에선 함께 온 남녀가 잠을 자다가 남자측이 돌아눕자 다른 남자가 그 틈을 비집고 들어와 여자를 성추행하는 일도 있었다.
△ 딱 보면 알아
찜질방은 연인의 데이트장소로 애용된다. 또 불륜의 남녀들이 자주 찾는 곳이기도 하다. 중년의 남녀가 잦은 애정표현을 한다면 불륜으로 의심받을 수도 있다. B찜질방 관계자는 “부부는 대개 주말에 아이들과 같이 오는데 기혼부부는 애정표현이 적다”며 “중년남녀의 애정표현이 남다른 경우는 불륜으로 간주한다”고 전했다. 한편 찜질방측은 고객들의 노골적인 애정표현을 막기 위해 갖가지 묘안을 짜내고 있다. 애정표현이 심한 고객들을 찾아내 ‘애정표현금지’를 당부하거나 ‘지나친 애정표현을 금지합니다’라는 푯말도 비치한다. 일부 업소는 수시로 방송을 통해 주의사항을 전달하기도 한다.
△ 민망…불미스러운 일도
찜질방 단골이라는 박모군(16·전주시 여의동)은 “찜질방에 친구들과 주말마다 오는데 아침에 종종 아저씨들의 민망한 모습을 목격한다”면서 “속옷을 잘 갖춰 입지 않은 사람들도 있어 꼴불견”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와 함께 찜질방에서 크고작은 절도사건도 피할 수 없다. 웬만한 찜질방엔 하루에만 수백명의 고객이 몰리는 만큼 탈의실을 노리는 좀도둑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지난 14일 전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찜질방 등을 돌며 2300만원 상당의 현금과 귀금속 등을 탈의실에서 훔친 혐의로 안모씨(40)를 불구속입건하는 등 찜질방 절도범이 잇따라 적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