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눈이 되어 / 떼레사 까르데나스 글/ 다른 / 1만원
올해는 유엔총회에서 세계인권선언을 채택한 지 꼭 60년이 되는 해다. 더욱이 외국인 노동자와 다문화가정이 늘어나면서 인권에 대한 감수성을 키우는 일이 여느 때보다 더 절실한 상황. 두 권 모두 ‘흑과 백’ 인종문제를 통해 인권의 가치를 전하는 책이다. ‘까만 얼굴의 루비’는 미국의 흑백 분리교육을, ‘바람의 눈이 되어’는 쿠바의 노예제도를 통해 인간 존엄성의 문제를 풀어냈다.
전자는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백인들만 다니던 학교에 흑인이 처음 입학했던 소녀 루비 브리지스의 실제 이야기. 루비는 미국 대법원이 흑백 분리교육을 금한다는 판결을 내린 뒤 백인만이 다닌다는 고교에 진학했다. 통합교육의 길은 험난했다. 집에서부터 부모의 찬반이 엇갈렸고, 보안관들의 보호를 받으며 등교해야 했다. ‘통합 반대’를 외치는 백인 시위대의 위협 때문. 또한 루비의 아빠는 딸이 통합 학교에 다닌다는 이유로 직장인 자동차 정비소에서 해고됐다. 하지만 역사의 진행 방향은 ‘발전’ 쪽이었다. 루비는 선생님과 지인의 도움으로 악몽과 거식증을 이겨냈고, 백인 시위대의 숫자도 점차 줄어들게 됐다.
‘바람의 눈이 되어’는 사탕수수 농장의 늙은 흑인노예 비에호가 주인공이다. 쿠바를 통치한 스페인들은 사탕수수를 재배를 위해 아프리카에서 흑인 노예들을 수입했다. 때문에 노예들은 ‘삶 자체가 지옥’이었다. 자유를 꿈꿀 용기조차 없었던 그가 생의 처음 사랑에 관해 알게 되고, 자유가 어떤 느낌인지 깨닫게 되기까지의 비극적이고도 희망적인 과정이 펼쳐진다.
△ 점퍼 1, 2 / 스티븐 굴드 글 / 까멜레옹(비룡소) / 6800원
"저게 뭐지." "뭐?"
"네가 점프를 할 때 말이야. 뭔가 빛이 번쩍거렸어."
나는 카메라 옆에 서서 점프하기 직전까지 거꾸로 돌린 다음 정지 화면 검색 기능을 이용해 재생했다.
내가 사라지는 순간까지 좀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 - 본문 중에서
알코올 중독자인 아버지가 휘두르는 폭력을 피해 도망치다 우연히 ‘순간 이동’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데이비드.
이 책은 ‘순간 이동’이라는 소재를 다루면서도 자칫하면 허황된 공상으로 빠질 수 있는 스토리를 정교한 플롯과 문학적 디테일로 엮어냈다.
소심하며 아버지의 폭력이 자기 책임이라고 믿을 정도로 자존감이 결여된 주인공이 상처를 극복하고 아버지를 이해해가는 모습을 보여 주기 때문.
1편인 ‘순간 이동’은 데이비드의 모험을 다뤘다.
데이비드는 새로운 능력을 깨달은 뒤에도, 늘 고민과 선택의 문제를 겪는다. 새 정착지 뉴욕에 온 뒤에도 아버지가 자신을 따라올까봐 걱정하고, 어머니가 집을 나간 것도 자신 때문일지 모른다며 불안해한다. 어머니와 연락이 닿은 뒤에도 어머니가 자신을 거부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어머니가 테러범에게 살해된 후에는 테러범과 아버지를 향한 분노에 휩싸인다. 결국 아버지도 나약한 인간일 뿐이며 문제는 알코올 중독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 성숙한 어른으로 성장해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2권에서는 또 다른 소년 점퍼 그리핀이 어린아이 점퍼들을 사냥하는 사냥꾼 '팔라딘'이라는 외계 조직의 위협에 맞서는 내용이 펼쳐진다. 아홉 살에서 열여섯 살까지 성장하면서 겪는 사춘기 시절의 고민과 모습이 녹아 있어 성장 소설의 면모를 보여 준다.
작가도 밝혔듯, '그리핀 이야기'는 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설명하기 위한 백 스토리(backstory)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