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사이트 ‘다음’에 5개월간 연재되어 총 페이지뷰 2천5백만 회에 댓글 수 6만의 폭발적인 반응을 불렀던 강풀(본명 강도영)의 연재만화 <그대를 사랑합니다> (문학세계사 간, 전3권>가 책으로 출간되었다. 폐지 줍는 할머니와 우유 배달하는 할아버지의 사랑 이야기를 축으로 주차장 관리 할아버지 부부 등의 사연이 치밀하게 얽혀 극적인 전개와 반전의 재미가 대단하다. 그대를>
강풀 만화의 장점은 진솔하면서도 진한 감동을 자아낸다는 점이다. 공포물 <아파트> 나 엽기 코믹물 <일쌍다반사> 와 함께 그의 대표작인 <순정만화> 나 <바보> 가 감동적인 휴먼 드라마로서 <그대를 사랑합니다> 의 출현을 예고했는데, 대중적 호소력이 있는 이런 만화를 읽고 그야말로 펑펑 울었다는 이가 많았으며 필자 역시 그 중의 하나였다. “얼마나 울었는지 다 읽고 난 후에 옆에 휴지가 엄청 쌓여 있었어요,” “정말 가족의 소중함을 알게 해주는 만화네요,” 이런 반응들이었다. 그대를> 바보> 순정만화> 일쌍다반사> 아파트>
원래 대학에서 국문과를 다녔고 학교 분규 때 대자보를 그리던 경험이 쌓여 만화가의 길을 가게 된 강풀은 2007년 대학생 들이 뽑은 분야별 최고의 인물, 만화가로 선정되었다. 그의 전작(前作)들과 마찬가지로 영화, 연극, 뮤지컬 드라마 등으로 제작이 추진된다는 이 만화는, 주로 10대, 20대였던 이전 독자층을 30대, 40대로 넓혀 세대간의 관심의 폭을 확장시켰다는 평을 받는다. 특히 만화의 소재가 우리 사회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는 노인들의 이야기, 그것도 왠지 거북하고 꺼림칙한 것으로 내몰려 있던 ‘노년의 사랑’을 다루고 있음에도 네티즌의 폭발적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는 것이다.
만화를 보면 독자들은 노인들의 일상 속에 시나브로 관심을 갖게 되며 그 세계 속으로 빠져 들어가 결국 그들의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게 된다. 강풀 만화에는 악인이 없거나 있어도 종국에 뉘우치고 변화되므로 근본이 모두 착한 등장인물들에게 독자는 자연스럽게 동화되어 버리고 결국 작가의 관점을 공유하게 된다. “폐지 줍는 동네 할머니가 다시 보인다,” 만화를 볼 때마다 부모님께 전화를 드린다,”는 류의 많은 댓글들이 그 점을 반증한다. “(이런 만화를 통하여) 전에는 노인의 삶에 대한 존재감이 없었지만 이제 그들의 삶도 하나의 의미 있는 삶이라는 인식이 퍼지기 시작한 것 같다(홍승우)”라는 말도 이 책의 사회문화적 영향력에 대한 수긍이 가는 평가다.
강풀은 집안 형편이 나아져 모시고 살게 된 93세의 친할머니를 통하여 30대 중반에 비로소 “(외람스럽게도) 할머니가 사랑스럽고 귀엽기까지 한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된다. 노인이란 겉으로 보는 것처럼 청춘을 흘려보낸 뒤 무기력하고 감정도 희미한 존재가 결코 아니라는 점을 깨닫게 되어 어느 날 갑자기 만화로 그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였다.
마음 여린 소녀와 같고, 오래 살아서 지혜와 정이 넘치는 존재이며, “내가 ‘철학’이라고 일컫는 것 ‘일상’으로 알고 계셨고 내가 ‘이해’해야만 하는 것을 당연히 ‘알고’ 계신 할머니”를 통하여 작가는 갑자기 ‘특별한 존재’ 노인들의 삶에 눈뜨게 된 것이다. 노인들이 세월을 보내고 계신 것이 아니라 세월을 ‘살고’ 계시다는 것을 깨달으며 그분들의 사랑과 애환을 그리며 행복했다고 술회하였다.
형식적으로는 부족하지만 내용 면에서는 발군인 그의 만화는 우리 사회와 역사의 거울이기도 하며,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의 뒤안길에서 우리가 잃고 버린 것이 무엇이었는지 되새기게 해준다. 노년에서야 자신의 이름을 갖게 된 송이뿐 할머니가 반세기도 더 지나 강원도 산골에 고향집으로 돌아갔을 때 놀랍게도 자신이 버리고 떠나온 어머니가 툇마루에 앉아계셨는데, 이 장면에서 우리는 그동안 그토록 매몰차게 버리고 뼈아프게 잃어버린 그 모든 귀한 것들을 늦게나마 되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으로 가슴 벅차게 된다. 스토우 부인의 <톰 아저씨의 오두막> 이 그랬듯이, 이 한편의 만화가 우리의 눈과 생각, 그리고 세상을 바꿀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가져 본다. 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