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의 한 섬마을인 연도는 태안 원유유출사고 이후 모든게 검게 변해있었다. 연도 북쪽에 위치한 '흰바위 계곡'은 기름으로 그 색을 잃었고, 이 곳에서 수십일째 기름제거 작업을 벌이고 있는 주민들의 마음은 설 명절을 앞두고 시꺼멓게 타들어가고 있었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돼 정부로부터 생계지원금을 받는 충남 등과 달리, 이 곳 주민들은 지난 1일 현재까지 지원금은 커녕 기름제거 작업비 마저 제때 받지못하고 있기 때문. 사고이후 홍합과 굴 채취 등의 생업도 어려운 상태다.
암투병중인 70대 주민이 병원치료 대신 현장에서 연일 방제작업을 벌이는 모습에서, 섬 마을의 현 실정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1일 오전 문동신 군산시장과 간부급 공무원 60명, 자원봉사자 150여명이 연도주민을 위로하고 기름제거작업을 지원하기 위해 배에 올랐다. 배 위에서 바라본 연도의 겉 풍경은 평온했다. 하지만 섬을 밟자마자, 주민들의 애타는 호소가 이어졌다.
“정부의 생계지원금은 고사하고 기름제거 작업비라도 지급해야 설 명절을 보낼 수 있지 않겠습니까. 시가 주민들 대신 중앙정부와 싸워주세요.” 이날 현장에서 작업중이던 60여명의 주민들은 정부로부터 빠른 지원책을 이끌어달라고 군산시에 간절히 요청했다.
나기운 이장(50)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충남과 전남지역 주민들에게는 1000억원이 넘는 정부의 긴급 생계자금이 지원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수산물 가격하락과 지역 이미지훼손 등을 우려해 군산은 특별재난지역을 신청하지 않았으나, 동일사고에 의한 피해지역인 만큼 차별없는 국가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동환 어촌계장(49)도 “암 선고를 받은 주민이 일반인의 접근이 어려운 흰바위 계곡에서 방제작업을 실시하고 있을 정도로 마을에 비상이 걸려있다”며 “주민들의 방제 작업비가 빠른 시일내에 지급될 수 있도록 힘을 써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문 시장은 “그동안 수차례 중앙정부를 방문해 군산지역도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된 곳과 같은 피해지역임을 강조, 가까스로 설 명절 이전에 1억4000만원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면서 “지역 주민들이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에 지속적으로 건의하는 등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