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시장 찾아주니 고맙죠" 건어물 운영 하현수·정성숙씨

전주 남부시장 내에서 남부건어물마트(구 성만용상회)를 운영하는 하현수, 정성숙씨 부부가 상점을 찾은 손님에게 설 제수용품을 보여주며 환하게 웃고 있다.../이강민기자 (desk@jjan.kr)

“편리하게 쇼핑을 할 수 있는 대형마트들이 있지만 재래시장을 찾아주는 고객들이 있어 어려워도 힘이 나요. 잊지 않고 찾아주는 손님들께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면서 살아요.

 

전주 남부시장에서 16년째 남부건어물마트(구 성만용상회)를 운영하고 있는 하현수(49), 정성숙(43)씨 부부. 이들 부부의 하루는 모든 사람들이 깊은 잠에 빠져 있을 새벽 4시부터 시작된다.

 

새벽부터 임실, 남원, 진안 등에서 물건을 구입하러 오는 도매상들을 맞을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도매장사를 끝내고 나면 부부는 아침식사도 할 겨를이 없이 소매장사를 준비한다. 아침 8시부터 손님들이 물건을 사기 위해 몰려들기 때문.

 

다른 점포와 달리 새벽부터 부부의 점포에만 유독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것은 고객에게 좋지 않은 물건을 판매할 수 없다는 부부의 마음가짐에서 비롯된다. 이로 인해 현수씨는 매월 3000km가 넘도록 차를 운전한다. 전국각지에서 좋은 물건을 구입해 오기 위해서다.

 

이처럼 고단한 일상에도 불구하고 현수, 정숙씨 부부는 매월 첫째·셋째 주 일요일을 제외하고는 점포의 문을 닫지 않는다. 전국에서 물건을 구입하러 왔던 손님이 허탕을 치고 돌아가게 해서는 안 되기 때문.

 

그래서 현수, 정숙씨 부부는 남부시장에서도 부지런하고 성실하면서도 금실도 좋다고 해서 잉꼬부부로 소문이 나있다.

 

점포를 인수하면서부터 이날에 이르기까지 IMF와 대형마트들의 진출로 어려움도 많았지만 이 때마다 그만두고 싶은 마음을 다잡을 수 있도록 해준 것은 구김 없이 성실하게 자라준 아들과 딸이 있어서다.

 

아들 승원씨(25)는 5년 전 국비장학생으로 선발돼 장학금을 받으며 현재 일본에서 공학도의 길을 걷고 있고, 딸 윤희씨(23)는 서울에서 대학에 다니고 있다. 방학이면 집에 오는 아들과 딸은 공부로 인해 자신들도 지쳐있지만 아빠와 엄마의 어깨를 꼭 주물러 준다.

 

부부는 “엄마, 아빠가 시장에서 장사를 한다고 하면 부끄러워 할 수도 있는데 오히려 딸은 선생님에게 엄마가 장사를 하고 있으니 물건을 팔아달라고 말할 정도”라며 “장사 때문에 많은 신경을 써주지 못했는데도 바르게 자라준 아이들에게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부부는 또 “마트들이 들어오면서 재래시장이 많이 어려워진 것이 사실이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성실하게 노력해온 것처럼 열심히 살아서 남부 건어물 마트를 전북 최고의 점포로 만들고 싶다”고 소망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