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조상님들은 그 어떤 재앙보다도 이 세 가지 재앙을 무섭게 생각했기 때문에 정초가 되면 절에 와서 삼재풀이 기도를 지극정성으로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서울 하고도 한 복판에서 국보 1호 숭례문이 엄청난 화재를 당하고 말았으니 참으로 안타깝고 안타까울 따름이다. 더 어처구니없는 것은 스스로 책임감을 통감하고 국민들에게 진심어린 용서를 빌어야 할 사람들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하여 변명만 일삼고 있는 모습들이 얼마나 초라하게 우리 국민들을 실망시키고 있는지 알고나 하는지 모를 일이다. 그리고 국민들의 의식이나 생각도 사실 문제가 많은 것 같다. 어찌 화재의 책임이 방화범에게만 있고 담당 공무원들에게만 있으며 그 책임을 해당 부서로만 국한 시키려고 하고 말씨름만 하고 있는지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막힐 것만 같다.
우리가 무방비상태로 번번이 당하고 있는 재앙에 문제가 있다면 평소에는 위기의식이고 안보의식이고 다 잊어버리고 살다가 무슨 일이 터지기만 하면 호들갑을 떨어대는 우리 모두에게 문제가 있고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가슴 속 깊이 사무치도록 깨달았으면 한다. 화재나 수재나 풍재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도둑에게는 도둑이 가져간 것만 잃어버리지만 화재가 나면 모든 것을 다 잃어버리게 된다는 사실을 우리 국민들이 왜 그토록 모르고 있는지 한번쯤 문제점에 대하여 국민적 지혜를 모아볼 일이다. 평소에 국민 모두가 위기 대처능력을 갖도록 열심히 개도하여야 할 것이며 실행 능력까지도 갖출 수 있도록 익숙해질 때까지 마치 수행자처럼 거듭거듭 교육시키는 일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야 할 것 같다
더욱이 이번 화재가 방화라고 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고 보니 우리 국민들의 공허한 정신 상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재진단하여야 할 것이며 물질만능의 허구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용서하며 포용하는 따뜻한 국민정신을 다시금 회복할 수 있도록 정신문화 순화와 국민의식 개도에 집중적인 관심을 쏟아야 하겠다.
혹시 우리들 주변에 피해망상이나 패배감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은 없는지 살펴보는 여유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만약 그런 사람이 있다면 외면하거나 소외시키지 말고 더욱 더 따뜻하게 감싸주고 격려해주면서 치유해 주고자 하는 정이 넘치는 따뜻한 세상, 흉금을 털어놓을 수 있는 정의로운 사회가 될 수 있도록 하는 일에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 세상이 가진 자만의 세상이 되어서도 안 되겠지만 부정적인 사고가 만연하고 불평불만이나 늘어놓으면서 모든 화풀이를 이웃들에게 하려고 하는 어리석은 국민들이 없도록 하는 일에 온갖 노력을 다 기울여주는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진정한 정치, 군자의 정치를 꿈꾸어 볼 수 있는 미래사회가 열렸으면 한다.
모두가 안심하고 열심히 생업에 종사하며 살아갈 수 있는 평화로운 세상이 되어야 할 것이며 어리석은 자신으로 말미암아 혹시라도 상처받는 사람이 없도록 배려하는 삶을 살아가는 넉넉한 국민정신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물로부터, 불로부터 혹은 바람으로부터 어떠한 재앙도 당하지 않고 행복하게 살아보고자 부처님 전에 혹은 신중님 전에 머리 조아려 기도하면서 그동안의 잘못들은 지심으로 참회하고 건강하고 부지런한 내일의 삶을 부처님 전에 다짐하고 서원하는 삼재풀이의 진정한 의미는 유비무환의 깊은 뜻이 담겨져 있음을 오늘 새삼스럽게 생각해본다.
/지광(숭림사 주지·익산사암연합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