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메뚜기 정치인

한때 농촌에서 메뚜기가 유일한 간식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벼를 벨 무렵 논에 나가 보면 메뚜기가 흔했다. 손으로 잡으려면 여기 저기 톡톡 튀는 바람에 애를 먹곤 했다. 어렵게 잡은 메뚜기를 병에 가득 넣어 와, 집에서 하룻밤 재웠다 볶아 먹으면 맛이 기가 막혔다. 그러던 것이 지금은 농약 때문에 귀한 존재가 되었다.

 

여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일부 자치단체에선 가을에 ‘메뚜기잡기 대회’를 열곤 한다. 쌀 브랜드에도 메뚜기 이름을 넣는다. 메뚜기가 뛰어 논다는 것은 무농약이나 친환경 이미지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하지만 메뚜기는 옛부터 사람에게 큰 피해를 준 곤충 가운데 하나였다. 이들의 피해가 얼마나 심한지 구약성서 출애급기에는 메뚜기 습격사건을 야훼의 심판으로 묘사할 정도다. 지금도 아프리카나 중동 국가들은 메뚜기떼의 공습으로 나라 전체가 초토화되는 사태가 종종 발생한다. ‘바람의 이빨’로 불리는 사막메뚜기떼가 하늘을 날 때는 거대한 구름 형상을 띠어, 인공위성에서도 촬영이 가능하다. 한 무리가 1000억 마리에 이르는 이들은 하루에 자기 몸무게의 2배나 되는 작물을 먹어 치우는 식욕을 지녔다. 1톤의 메뚜기떼가 하루에 사람 2500명 분의 식량을 축낸다고 한다.

 

중국도 메뚜기의 피해가 심했다. 기원전 1200년께 상나라에서는 방제를 위한 관리가 임명되고 횃불을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다. 또 당나라 때는 중국 전역에 걸쳐 예찰조직이 생겼다. 1182년에는 방제법이 공포되었다.

 

이러한 메뚜기가 때 아닌 겨울철에 논란이다. 12일 전북도의회와 전주시의회 의원 30여 명이 기자회견을 갖고 “선거때만 등장하는 메뚜기 정치인들을 단호히 거부한다”고 밝히면서 부터다. 여기서 메뚜기 정치인은 서울에서 줄곧 살다가 선거 2-3개월 전에 내려와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중앙당 공천만 바라는 기회주의 정치인을 가리킨다. 당을 이리 저리 옮겨 다니는 철새 정치인과 더불어 기피 대상이다.

 

그러나 이들 지방의원들은 ‘지역발전을 위해 검증된 인물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순수성을 의심받고 있다. 현역의원 옹호론과 이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런 기준으로 보면 도내 대부분의 현역의원들도 처음 공천받을 당시엔 메뚜기였다. 원조 메뚜기인 셈이다. 메뚜기가 뛰고 철새가 나는 것을 보니, 선거가 임박한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