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택의 알쏭달쏭 우리말] 납득과 이해

우리말 어휘 중에는 한자에서 비롯된 낱말, 즉 한자에 뿌리를 두고 있는 낱말이 많다. 그런 낱말을 흔히 한자어라 한다.

 

“명절, 인간, 국가, 경제, 애정, 가족, 애국심, 인생관”들은 모두 한자낱말(한자어)이다.

 

그런데 이 같은 한자낱말 중에는 ‘일본식 한자낱말’이라 일컫는 것이 있다. 그것은 일본 사람들이 그들의 필요에 따라 그들의 한자 용법에 맞게끔 만들어 쓰는 한자낱말이다. 당연히 우리의 전통적인 한자 용법과는 거리가 멀 뿐만 아니라. 많은 경우 그것에 맞서는 우리 낱말이 이미 있다.

 

예를 들면 ‘납득하다’는 일본식 낱말이요, 우리 낱말은 ‘이해(하다)’나 ‘알아듣다’이다.

 

또한 ‘세대(世帶)’는 일본식 낱말이고, ‘가구(家口)’가 우리 낱말이다.

 

나이 지긋한 사람들 사이에서 오가고 있는 ‘타합(打合)’도 일본 낱말이다. ‘의논(議論)’ ‘협의(協議)’ ‘상의(相議)’들이 우리 낱말이다. 어느 지역에서나 어렵잖게 접할 수 있는 ‘대합실(待合室)’도 일본어 찌거기이다. 우리 한자낱말로는 ‘대기실(待機室)’인데, 여기서 더 나아가 ‘기다림방’이라고 써 붙인 역도 있어 반갑다.

 

이처럼 일본식 한자낱말이 많이 쓰이고 있지만 사실 그것을 분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일본 사람들이 만들어 쓰기 시작했다고 해서 죄다 우리가 쓰지 말아야 할 것은 아니다.

 

그렇게 하면 당장 우리의 언어생활이 혼란스러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기차(汽車), 방송(放送), 물리(物理), 배구(排球), 대통령(大統領), 은행(銀行), 세관(稅關), 연설(演說), 총무(總務)” 따위도 엄밀히 따지면 일본식 한자낱말이지만 지금으로서는 이것들을 사용하지 않을 수가 없잖은가.

 

다만, 상대되는 우리말이 있는 일본식 한자낱말은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다. 그것을 분별하기 위해서는 사전을 성실히 활용하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일본식 한자낱말은 우리말 사전에 올림말로 실려 있지 않거나 비표준말로 처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예를들어 ‘세대’를 찾아보면 “세대(世帶)=가구(家口)”로 기록되어 있는데, 이는 ‘세대’가 비표준어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