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택의 알쏭달쏭 우리말] 먹거리과 먹을거리

지난날 ‘식량(양식)’이라면 주로 쌀?보리?조 등의 곡류만을 생각했고, 푸성귀나 고기류 따위는 식량으로 여기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국민의 영양을 걱정해야 하는 정부의 식량 정책은 그런 곡류 중심에서 모든 식품을 아우르는 종합 식량 정책으로 의식을 바꿔야만 했다. 여기서 영어 ‘푸드’같이 종합적인 식량 개념을 나타내는 우리말이 필요했는데, 그것이 바로 2003년 7월 6일 작고한 김민환 선생이 주창한 ‘먹을거리, 먹거리’였다고 한다.

 

선생은 독립운동 유공자였으며, 국제 식량농업기구 한국협회 간부였었다.

 

생각해 보면 ‘먹을거리’보다는 ‘먹거리’가 간결해서 좋은 것 같고, 확인해 보니 ‘먹거리’는 이미 경상?전라 지방에서 써 온 말이었다.

 

또 한글학회 등의 학자들에게 물어서 낱말 짜임새로 보아 손색이 없다는 인정도 받았단다.

 

선생은 그로부터 20여년, 종합적인 식량 개념에 맞는 우리말 ‘먹거리’를 살려 쓰는 운동을 펼쳤고, 그 노력의 결과 이 말은 국어사전에도 실리게 되고, 언론에도 널리 알려져 뿌리를 내리게 되었다.

 

그런데도 요즘 항간에서는 ‘먹거리’와 ‘먹을거리’를 가지고 말다툼 하는 모습까지 볼 수 있으니 딱할 노릇이다.

 

그것은 이 ‘먹거리’를 못마땅히 여기는 일부 국어학자들이, ‘반찬거리, 땔거리’ 따위와는 달리 ‘먹거리’는 움직씨 뿌리에 이름씨가 붙는 형식이어서 어색하다는 주장을 편 때문이었다. 그러더니 국립국어연구원의 <표준국어대사전> (1999)도 ‘먹거리’를 ‘먹을거리’의 잘못으로 처리해 버렸다. 국립 기관의 표준이 하루아침에 수십 년 쌓아 온 뜻있는 이의 노력을 무너뜨린 것이다.

 

그러나 ‘먹거리’처럼 움직씨 뿌리에 이름씨가 결합한 ‘걸그물, 깎낫, 꺾쇠, 누비옷, 덮밥, 먹자리, 붙장, 익반죽, 접부채, 접의자, 접칼, 호비칼……’ 따위의 낱말들을 생각하면 ‘먹거리’와 ‘먹을거리’도 복수 표준어로 정하면 어떨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