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 교육청의 상담주간은 3일간씩 연 2회 실시되고 있다. 상담시간은 이틀간은 오후와 저녁시간, 하루는 종일이다. 저녁시간의 상담은 일하는 학부모를 위한 배려이다. 교사와의 상담시간이 결정되면 학생들을 통하여 확정된 상담시간을 통지문으로 전해준다. 물론 이런 상담주간이 있더라도 학부모가 교사와의 상담을 원하는 경우, 약속을 한 후 언제든지 상담을 할 수는 있다. 하지만 상담주간을 통한 상담활동은 학부모와 교사가 학생들의 학업활동을 서로 공유하기 위한 최소한의 이해 장치라고 볼 수 있다. 상담은 학급담임제를 실시하는 초등학교는 담임교사, 그리고 여러 교실에서 이동수업이 이루어지는 중고등학교는 교과담당교사와 실시된다.
교사와의 상담은 학부모의 주요관심사인 교과 성적과 학습 활동이 주를 이룬다. 중등학교의 경우 과목마다의 상담시간은 15분이며, 상담 장소는 교사의 수업교실이다. 교사는 주어진 시간대에 약속한 학생의 성적표와 참고자료를 미리 준비해두고서 상담에 임한다. 그러나 교사와의 상담이 모든 과목에 대해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학부모는 상담할 교사를 선택할 수 있는데, 학부모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과목은 우리의 국어 과목인 영어와 수학이다. 이 두 과목이 학생들의 성적과 미래 대학 진학에 가장 구속력이 큰 과목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담주간 동안 영어와 수학교사는 많은 학부모와 반복적인 상담을 하느라 진땀을 뺀다.
미국의 학교 상담이 상담주간에 맞추어서 반의무적으로 이루어지기는 하지만, 이런 공식적인 기회는 학부모가 학교를 편하게 찾을 수 있게 하고 또 자녀의 학업을 이해하는데 최소한의 도움을 준다. 학부모는 상담을 하면서 자녀의 성적, 월반, 수준별 수업반 이동 등에 적극적인 이해를 요구하기도 한다. 그러나 짧은 시간 안에 이루어지는 상담은 형식적인 측면이 있고 교사의 진지한 열정이 동반되지 않는 한 매너리즘에 빠진 습관적인 행위로 전락할 수도 있음을 느꼈다. 그리고 교과상담 중심이어서 자녀의 학교생활에 대한 상담을 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우리의 상담은 학급담임 중심이어서 학생생활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에는 강점이 있으나 교과상담을 심층적으로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우리 상담이 보다 의미롭게 되기 위해서는 학급 담임교사와 교과 담임교사가 시간과 공간을 조절하여 함께 상담에 임하는 틀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 또한 모든 학생들이 자기계발을 통한 성공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학부모도 자녀에 관한 정보와 요구사항을 교사에게 적극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상담이 학부모와 교사가 자녀이자 제자에 관한 상호이해를 보다 많이 공유해 나가는 쌍방간의 대화의 장으로 진화해 나가길 바란다.
/이경한(전주교대·美 메릴랜드대 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