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따구리] 각박한 세상살이 - 이세명

이세명 기자(사회부)

갈수록 세상이 각박해지는 듯싶다. 최근들어 늘고 있는 ‘배신형절도’ 피의자들을 지켜보면서 무정(無情)한 세태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오죽하면 그럴까’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결초보은(結草報恩)도 잊고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측은함도 든다.

 

몇년전만 해도 ‘배신형절도’ 피의자들은 소규모 음식점에 고용됐던 미성년 종업원들이 대부분이었다. 생각이 짧은 철부지들이 ‘견물생심(見物生心)’의 유혹을 참지못해 절도행각을 벌였다 덜미가 잡히는 사례가 잇따랐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들 외에도 가사도우미, 대형마트 종업원 등으로 성인들에 의해 이뤄지는 배신형절도가 한달에 몇건씩 빈발하고 있다.

 

전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최근 자신이 가사도우미로 일했던 집에서 1000만원 상당의 절도행각을 벌인 혐의(야간주거침입절도)로 홍모씨(41·여)를 불구속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홍씨는 지난해 10월부터 이번달초까지 도우미로 일했던 전주시 인후동 A씨(27·여)의 집에 몰래들어가 약1000만원 상당의 현금과 귀금속 등을 훔친 혐의다. 지난 14일에도 익산경찰서는 자신들이 일하는 대형마트에서 절도행각을 벌인 혐의(절도)로 임모씨(40·여) 등 5명을 불구속입건했다. 경찰조사결과 임씨 외에도 4명의 직원이 개인사물함에 물품을 가져가는 수법으로 대형마트에서 절도행각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자신이 일하던 곳에서 절도행각을 벌이는 사람은 대상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 범죄의 성공확률이 높다고 여긴다”며 “철저한 신분확인은 물론이고 종업원에 대한 교육과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상이 갈수록 비정해지는 만큼 이같은 배신형 절도를 막기 위해 앞으로는 구직자들의 신원확인 강화 등 고용문턱이 더욱 높아질 것같다. 이래저래 사람에 대한 불신만 커지고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