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혼자야. 누구도 날 이해 못 해. 내 마음은 닫혔어. 이제 아무도 못 들어와."
아버지와 이별 후 마음을 닫고 방황하던 열네 살 소년 루크. 그는 남이 듣지 못하는 소리, 자신의 내면과 타인의 마음에서 들리는 소리까지 듣는 특별한 아이다.
루크는 피아노 연주에 천부적 재능이 있지만, 아버지를 잃은 상실감과 세상에 대한 반항심으로 방황한다. 엄마와 하는 말마다 다툼이 되고 불량한 패거리와 어울렸다가 이제는 보복이 무서워서 발을 뺄 수도 없다. 하지만 그는 냉소적인 리틀 부인과 수수께끼의 소녀 나탈리를 만나면서 내면에 귀 기울이고 주변 사람과 아름다운 교감을 만들어간다. 특히 피아노연주는 루크 자신의 마음을 치유해줄 뿐 아니라 타인과 소통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 세상을 떠난 아버지와 나누던 차이코프스키의 '달콤한 꿈', 리틀 부인에게 바치는 스크리아빈 '연습곡 2-1번'의 잔잔한 감동은 소설의 핵심이다.
△ 너는 나의 달콤한 □□ / 이민혜 글 / 문학동네어린이 / 9800원
"젠장, 제기랄, 미친 새끼, 날라리 같은 게!"
'동화니까' '동화라면'이라는 말은 첫 장부터 무색해져 버리는 책이다. 교실에 난무하는 욕설, 나름의 원칙이 존재하는 집과 학교에서 살아남는 요령, 독자에게 잘 보이려고 애쓰지 않는 뻔뻔한 심리가 적나라하게 묘사된다. '문제아'는 '문제어른'과 '정상적인 아이들'을 꼬집는다. '모범생'은 '철없는 어른'과 '문제아'를 야유한다. 그렇다고 '문제의 작가'가 그 아이들을 무조건 감싸지도 않는다.
열세 살이 된 남자아이와 여자아이가 따로 또 같이 겪는 사건(연애담, 가정사, 학교생활 등)들이 각자의 시선에 따라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그렸다. 문제아 지혜와 모범생이자 학급회장인 일진이가 만나 연애를 한다. 험한 말과 뺨 한 대로 삐거덕거리며 시작된 관계. 하지만 알고 보면 다른 속사정과 착각에서 비롯됐다.
작가는 아무리 어른스러운 아이라도 어른한테 이해받을 권리가 있음을 깨달아 쓴 책이란다.
△ 퀴즈퀴즈 공부벌레 호기심 랭킹 / 궁금증해결위원회 / 해냄주니어 / 7500원
"도대체 왜지? 이유가 뭘까?"
아이들이 매일 마주하는 사물에 대한 궁금증은 끝이 없다. 부모들조차 그 무수한 궁금증에 대해 적당한 답을 해주지 못한 경우가 많을 정도.
아이들은 동화책을 읽다가 문득 '겨울잠을 자는 곰은 오줌이 마렵지 않을까' 의아해 한다. 식탁에서 밥에 김을 싸서 먹다가 '김은 어디가 앞면이고 뒷면일까?' 궁금해 하기도 한다. 채소를 많이 먹어야 한다는 엄마의 잔소리에 '육식동물은 채소를 먹지 않아도 병이 나지 않을까' 알고 싶어진다.
이 책은 이렇듯 생활 속 신기하고 재밌는 퀴즈 65개를 뽑아 초등생 100명에게 풀게 해 가장 많이 맞힌 문제부터 적게 맞힌 문제가지 순위를 매겨 정리했다.
즐거운 공부는 아이들이 궁금해 하는 것들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고 독려하는 일에서부터 시작된다. 부모와 함께 읽으면 상식을 넓혀가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 바사라산 스케치 통신 / 스즈키 마무루 글 / 한울림 어린이 / 1만 2000원
"사람은 저마다 다른 삶을 삽니다. 누구나 자기한테 어울리는 인생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지요."
저자는 삶의 다양성, 존재의 다양성을 존중한다. 자연이 특정한 삶을 강요하지 않듯 인간의 삶 역시 진정 원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바라사산은 높이가 608m밖에 안 되는 작고 아담한 산. 새 둥지 연구가인 저자는 일본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이 작은 산에 자신의 터전을 마련해 밭을 일구며 산속 생활을 시작했다. 이 책은 작가가 새집을 짓고 채소를 가꾸면서 풀 베는 법, 장작 패는 법을 배우며 얻은 깨달음을 잔잔하면서도 재밌게 써내려간 생태일기다.
각 페이지마다 저자가 직접 그린 재치 있는 스케치도 글의 재미를 더해준다. 언뜻 보면 세밀하지도, 오랜 시간 정성들여 그린 느낌 같지도 않다. 하지만 기교를 부리지 않고 느껴지는 대로 쓱쓱 그려낸 그림에서 화가가 '마음 서랍'에 간직했던 그림을 꺼내 그려낸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