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아오야마 신지 감독의 '새드 배케이션'

실타래처럼 얽힌 가족 그 메시지의 철학은?

피는 이리도 진한 걸까. 가족의 굴레는 헤어나오지 못할 운명처럼 존재한다.

 

'유레카'로 한국 관객에게도 친숙한 일본의 명장 아오야마 신지 감독이 10여 년전 그가 만들었던 영화 '헬프리스'와 궤를 같이 하는 영화를 내놓았다. 지난해 제64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오리종티 부문에 출품됐던 이 영화는 가족을 대하는 철학적 사유가 깊이있게 담겨 있다. 전체적인 틀을 보지 못하고 영화의 장면장면을 대한다면 도대체 그 의미를 짐작하지 못할 정도로 붓을 터치하듯 성기게 표현하면서도 내재된 의미는 꽤 묵직해 관객의 집중력을 요하는 작품이다.

 

'헬프리스'와의 연결을 위해서였을까. 주인공 이름인 겐지를 그대로 따왔고, 겐지를 연기한 배우도 아사노 다다노부이다.

 

영화는 만나고 헤어지고 상처받고 끝내 극복해내는 한 가족을 담았다. 피를 나눈 모자와 형제, 피를 나누지 않은 남매 등 다양한 인연의 가족이 등장하며, 또 한 축으로는 대체가족까지 등장한다. 과연 가족의 의미는 무엇이란 말일까. 감독은 내내 이 질문을 던지면서 결국 가족은 피를 나눴든, 나누지 않았든 가족이라는 메시지를 영화의 흔적 속에 남기려 한다.

 

중국인 밀항자를 일본인에게 넘겨주는 일을 맡은 겐지는 아버지를 잃은 소년 아춘을 집에 데려온다. 겐지는 10여 년 전 살인사건에 휘말린 친구 야스오의 여동생 유리와 함께 살고 있다.

 

겐지에게는 5살 때 알코올중독자 아버지와 자신을 버린 어머니로 인한 상처가 깊이 박혀 있다. 대리운전을 하던 그는 어느 날 어머니를 찾게 된다. 어머니는 겐지를 거리낌없이 받아들이고, 어머니의 남편과 아들 역시 겐지의 존재를 알고 있다.

 

어머니 새 남편이 운영하는 운송회사는 떠돌이들의 일터다. 대부분 사채업자에게 쫓기는 실패한 인생들이지만 새 남편은 이들을 거둬들이듯 겐지를 거둔 것.

 

겐지는 여자친구에게 마지막으로 할 일이 남아 있다고 말하는데 그건 다름아닌 어머니에 대한 복수다. 그러나 일은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커져버리고, 겐지는 마지막에 어머니로부터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는다.

 

수많은 캐릭터가 등장하고, 그들의 이야기가 표피적으로 전해지는 까닭에 영화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도 힘들지만 신지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화두를 이해하는 순간 영화의 전체적인 맥락이 보인다.

 

오다기리 조의 이름이 올라 있어 선택하지는 말 것. 이 독특한 배우는 눈에 띄지 않는 조연으로 출연했다.

 

13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