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에서 희망을 찾는 사람들도 있지만, 반대로 새만금에서 절망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
여의도 면적의 100배에 달하는 거대한 간척지를 조성하는 동안 그 곳을 터전 삼아 살아가던 갯벌 생물들의 생태계는 엉망이 되었다.
갯벌에서 잠시 쉬어가던 철새 도요새의 삶도 마찬가지. 북쪽의 시베리아와 알래스카에서 번식을 하고 남쪽의 호주, 뉴질랜드, 동남아시아로 날아와 겨울을 보내는, 1년에 두 번 먼 길을 오가는 도요새는 고단한 여행길 중간에 위치한 서해안 갯벌에서 휴식을 취한다.
그런데 최근 방조제를 쌓아 바닷물을 막아버린 탓에 새만금에 날아들던 도요새 수가 부쩍 줄어들고, 이 곳을 찾는 도요새들이 갯벌에서 죽어가는 일이 생기고 있다고 한다.
동화 「도요새 공주」(한겨레아이들)는 갯벌에 의지하며 살았던 수많은 갯벌 생명을 위로하는 이야기. 이 책으로 ‘한국 안데르센 그림자상’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한 작가는 그동안 옛이야기에서 빌려온 우리만의 지혜와 해학을 정감 넘치는 동화로 되살려온 김회경씨다. 그는 “새만금 간척 사업 현장을 돌아보며 새들의 쉼터인 갯벌이 사라지는 것을 안타까워하다 글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군산, 김제, 부안에 걸쳐 있는 넓고 넓은 새만금 갯벌은 그 풍요로움 때문에 아주 먼 옛날부터 도요새들이 즐겨 찾아온 곳입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도요새들의 생명의 쉼터인 새만금 갯벌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갯벌이 없어진 줄 모르고 찾아온 도요새들이 그 곳에서 지쳐 쓰러져 죽어가고 있습니다.”
김씨는 “사람의 욕심때문에 삶의 터전을 잃어 가는 수많은 생명들에게 용서를 구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도요새 공주」는 지금으로부터 1000년 후, 서해안 갯벌과 북쪽 도요왕국을 무대로 펼쳐지는 판타지동화다. 그 안에서 사람이 되기 위한 고통을 이겨내고, 나아가 타인인 아퀴새들의 아픔까지 이해하게 되는 주인공 ‘달빛도요’의 성장과정이 그려진다.
아이들은 작가가 만들어 놓은 새로운 시공간 속에서 마음껏 상상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으며, 어른들은 복잡한 논리로만 설명되어져 온 새만금에 대해 새롭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다.
그림은 사진과 그림 작업을 함께 하고 있는 조혜원씨가 맡았다. 1000년 후 도요왕국와 사람 세상을 환상적인 색감으로 표현해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