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따구리] 전북출신 설자리 없나 - 정진우

정진우 기자(사회부)

전북은 자타가 공인하는 '법조인의 고장'이다. 굳이 '법조3성'을 들먹이지 않아도, 전북출신 파워엘리트 가운데 상당수가 법조인출신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검사보다는 판사출신 법조인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점이다. 중견법조인을 기준으로, 같은 기수의 사법연수원 출신 가운데 판사비율이 검사에 비해 2∼3배가량 많다.

 

무엇때문인지 당사자들에게 물었다. 한결같이 "인사불이익에서 자유롭고 싶어서"라는 답을 들었다. '전북출신'이라는 이름표를 가슴에 달게되면, 정치적인 고려가 많은 검찰보다는 '정치적 중립지대'인 법원에서 근무하는 게 편하다는 속뜻이 담겨져 있는 셈이다.

 

이같은 '인사불이익'이 그나마 김대중·노무현 대통령때 조금씩 균형추를 맞췄다는 게 지역법조계의 설명이다. 매년은 아니지만, 해를 걸러 신임 검사장을 배출하는 등 검찰내 전북출신 고위간부 수가 늘어난 것도 최근의 일이다.

 

하지만 올해 검찰의 고위간부 인사에서 '10년전의 전북홀대'가 재현된 듯 싶다. 검찰내 요직인 '빅4'에 전북출신이 포함되지 못한데다, 간부 수도 크게 줄어드는 등 질적·양적으로 입지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번 인사에 앞서 전북출신 간부는 4명에 달했지만, 이제는 정읍출신의 김정기 서울고검 차장만 남게 됐다. 정진호 법무부 차관(익산)과 이동기 수원지검장(정읍)이 인사에 앞서 용퇴했고, 박철준 서울중앙지검 1차장(고창)은 인사직후 사의를 표명했다.

 

특히 박 차장은 인사에 앞서 유력한 대검 공안부장 후보에 올랐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항간에서는 박 차장이 지난 2002년 서울지검 공안1부장때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을 불구속기소한 데 따른 불이익을 본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흘러나오고 있다.

 

모쪼록, 조만간 단행되는 부장검사급 인사에서라도 전북출신에 대한 배려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