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니를 땅바닥에 깔고 야외극장을 만들면 사람들이 몰려들어 자리가 없을 정도였죠. 요즘 대중가수 인기에 버금갔어요. 중ㆍ고생들이 도시락을 싸들고 쫓아다녔죠." 서울 종로에 있는 사단법인 한국여성국극예술협회 홍성덕(63) 이사장은 1950-1960년대 전성기를 누린 여성국극의 인기를 이렇게 회상했다.
올해는 여성국극 탄생 60주년을 맞는 해다. 하지만 과거의 명성은 흐릿해지고 이제는 겨우 명맥만 유지하는 실정이다. 홍 이사장은 "그래도 가능성은 넘쳐난다"며 여성국극의 부활을 꿈꾸고 있다.
그는 "여성국극을 하려면 창과 춤, 연기도 좋아야 하고 용모도 뛰어나야 한다"며 "이 네 박자를 골고루 갖춘 만능 예인이어야 진정한 스타가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볼거리가 많지 않던 시절, 한 가지 분야를 잘 하기도 어려운데 여러가지 재주를갖춘 배우들이 출연하는 여성국극은 당시 관객들에게 새로운 무대였다.
특히 주역급 남장 배우들의 인기는 대단했다고 한다. 홍 이사장은 "그들에게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묘한 매력이 있다"는 말을 여러번 했다.
홍 이사장은 "여성국극 단체가 많을 때는 수십개에 이르렀는데, 라디오와 텔레비전 등으로 다른 볼거리가 생겨나고 작품 제작비를 감당하지 못하다 보니 상황이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아쉬운 점은 또 있다. "판소리나 국악기 예능 보유자는 무형문화재로 지정됐지만 여성국극은 그런 통로가 없었다"는 주장이다.
홍 이사장의 어머니는 잡가 '육자배기'로 유명한 명창 김옥진이다. 홍 이사장은 "저도 판소리를 먼저 시작했지만 여성국극의 매력에 빠졌다"고 말했다.
1993년 설립된 여성국극예술협회는 올해 여성국극의 부활을 꿈꾸면서 60주년 기념사업을 준비중이다. 서라벌국악예술단이 4월 '춘향전'을 공연하고 여성국급예술협회가 8월 국립국악원 예악당 무대에 창작 작품인 '영산홍'을 올릴 계획이다.
이때 여성국극 관련 포스터와 자료 등을 모아 선보이는 전시회도 열 계획이다. 또 12월께 60년사를 다룬 책도 발간할 예정이다. 지금까지는 여성국극의 역사를정리한 책이 없어 향후 귀중한 자료가 될 것 같다는게 홍 이사장의 기대다. 그는 "일본의 대표적인 문화상품중 하나인 가극단 '다카라즈카'처럼 여성국극도관광 상품화하면 좋을 것"이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전용극장이 있어야 하고, 여성국극도 문화재로 지정될 수 있게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주 출신의 홍 이사장은 강도근 오정숙 이일주명창에게 소리를 익혔다. 전북도립국악원 예술단 예술총감독과 전주대사습보존회 이사장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