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다."
오는 20일 개봉을 앞두고 17일 오후 용산 CGV에서 열린 영화 '숙명'(감독 김해곤, 제작 (주)MK DK) 기자시사회에서 감독과 출연배우들이 털어놓은 말이다.
시사회 후 김해곤 감독은 "아쉽고 역부족이라고 생각하는 면이 있다. 좋은 면을 봐달라"고 했고, '숙명'에서 독한 악역 조철중 역을 맡은 권상우도 "아쉽지만 대중적으로 많이 공감받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결과물을 내놓고 떨리는 심정으로 자리를 지킨 감독과 배우의 발언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아쉽다"라고 입을 모은 데는 지나친 겸손함 때문만은 아닌 듯했다.
영화 '숙명'은 군 제대 후 오랜만에 대중들 앞에 선 배우 송승헌과 한류스타로 우뚝선 권상우, 두 몸짱배우의 출연으로 진작부터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두 사람은 잘 알려진 동갑내기 친구로, 실제로 방송이나 지인들을 통해 남다른 우정을 과시해오고 있다.
그 두 배우를 전면에 내세운 '숙명'은 네 친구의 이야기다. 우민(송승헌 분), 철중(권상우 분), 도완(김일권 분), 영환(지성 분)이 카지노 습격사건 이후 배신으로 빗나간 욕망과 어긋난 우정 속에 숙명과도 같은 피할 수 없는 싸움을 벌인다.
거칠고 강한 남성적인 매력이 발산되면서 대사는 자연스럽게 욕설이 난무하고, 잔혹한 살해 장면과 격투 신이 영화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배신과 오해로 얽히고 설키는 이들의 관계 속에 우민의 여자 은영(박한별 분)이 있지만 이들의 관계를 해소하기엔 비중이 적어 역부족이다.
두시간 내내 잔인한 장면을 반복하는 영화에서 새로운 결말을 기대하며 감상하기엔 분명 '아쉬웠다'.
하지만 대사마다 욕설이 배어나오는 실제 양아치 같은 권상우의 연기는 중간중간 웃음을 자아낼 정도로 리얼했고, 선하고 부드러운 이미지를 보여줬던 송승헌이 이번 작품으로 선보인 전과는 다른, 남자다운 거친 이미지는 신선했다.
권상우는 이날 시사회에서 "슬픈 역할이든 오락 영화에서든 내가 연기할 때 사람들이 웃는 게 좋다. 조폭이 다 무서운 면만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을 재미있게 풀어보고 싶었다"며 "기존과 다른 이미지로 매력있다고 평가 받는다면 이 작품을 통해 60~70% 얻은 것이라 생각한다. 내 모든 걸 많이 쏟아부었고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숙명'은 웃음을 유발하는 권상우의 양아치 같은 대사와 송승헌의 이미지 변신, 또 시사회장을 가득 메운 이 두 스타의 국내외 팬들의 지지와 성원이라는 수확을 거둔 것에 자위하면 된다.
영화에서 비극의 최후를 맞은 이 두 사람은 마지막 장면에서 절실한 우정을 드러내는 회상의 수단으로 웃통을 벗고 같이 운동을 하며 탄탄한 몸매를 자랑한다. 두 몸짱스타를 보러 온 관객들에 대한 마지막 '배려'가 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