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주기도 찾아오는 총선이 국민들의 관심을 끄는것은 당연하다. 더구나 올해는 이명박정부 출범과 동시에 총선이 실시되는 20년만의 드문 정치 이벤트다. 그러니 분위기 또한 과열될수밖에 없다. 하지만 양당의 공천이 어제로서 사실상 마무됐으므로 이제 앞으로 남은 볼거리는 2백45개 지역구의 본선 경쟁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20일 남짓 후면 결판이 날 것이다. 집권여당의 안정의석 확보냐 야당의 비판견제세력 구축이냐는 유권자들의 현명한 선택에 따를수밖에 없다.
그러나 아무리 상황이 그렇다 해도 지금 총선이 국민적 관심사의 전부가 될수는 없다. 요즘 총선 못지않게 주의를 끄는 것 중에는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삼성특검도 있다. 김용철이라는 한 변호사가 거대 기업 삼성의 불법과 탈법 비리를 세상에 고발했고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이 그 구체적 내용과 관련 인사들의 명단을 연일 폭로하고 나선 마당이다. 그러나 총선에 묻혀 그 폭발설에 비해 국민들의 관심은 예상외로 저조한 것 같다.
여러가지 원인이 있을 것이다. 그중 가장 큰 이유는 보수 메이저언론의 외면을 들수 있을것이다. 거의 의도적(?)으로 특검활동을 보도하는데 인색하다. 삼성계열 간부들이 줄줄이 특검에 소환되는 모습은 방송을 통해 전해지지만 무슨 혐의를 얼마만큼 밝혀 냈는지는 아직 감감무소식이다. 오히려 포토라인에 선 삼성맨들의 고압적 자세, 오만한 태도, 빈정거리는듯한 모습이 시청자들의 심기를 거스르고 있을 뿐이다. 거꾸로 시중에는 김용철 변호사가 전라도 사람이라고 삼성에서 온갖 호사를 다 누린 사람이 조직을 배반했다고 손가락질 하는 일까지 있다고 하니 이런 본말 전도가 어디 있는가.
사회정의를 구현하기 위해 호루라기를 분 사람은 용기있는 의인(義人)이다. 그런데 그 호루라기를 분 사람을 되레 사갈시(蛇蝎視)한다면 그 사회에 올바른 가치관이 정립할 토양은 없다. 그것은 결국 사회구성원 모두의 손실이다. 지금 총선 못지 않게 우리들이 눈 부릅뜨고 지켜 볼 일을 거대기업 삼성이 과연 정당했는지 여부를 가리는 삼성특검의 수사 내용이다. 그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김승일(언론인·전북향토문화연구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