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작품보다 배우가 주인되는 무대. 연극판에서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배우에게는 연기력을 재고해 보는 귀한 교과서로 통한다.
배우에게 주어지는 몫이 커져 부담은 더해지지만, 연출은 셰익스피어의 천재성을 믿고 원형 그대로를 올린다고 했다.
22일 오후 7시, 23일 오후 3시·7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서 공연되는 전주시립극단의 제80회 정기공연 '헛소동'.
19일 시립극단 연습실에서 만난 상임연출 조민철씨는 "어떤 이들은 해체와 조립을 통해 다른 해석과 형태를 내놓기도 하지만 자칫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며 "고전을 정통으로 보여주기 위해 최소한의 연출 작업을 했다"고 밝혔다.
시립극단이 '베니스의 상인' '맥베드'에 이어 3년째 셰익스피어의 작품으로 봄을 열고 있는 이유는 또 있다. 3월 진행되는 봄 공연 관객층이 다양하기 때문. 여러 관객들을 만족시키기에 고전만큼 좋은 것이 없으며, 영어영문학을 전공하는 대학생이나 논술을 준비하는 청소년들을 객석에 앉히기도 쉽다.
홍보를 맡은 박영준씨는 "이번 공연을 시작으로 도내 국어교사모임과 연계, 음악회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청소년 관객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화려한 재치와 수사학이 유쾌하게 어우러지는 '헛소동'은 셰익스피어의 대표 희극 답다. 비극적 분위기로 진행되는 듯 하면서도 희극적 방향을 놓치지 않는다.
캐릭터들이 구조적으로 짝을 이루고 있는 것도 흥미롭다. 예리하고 재치있는 베네디크와 베아트리체, 순수한 사랑스러운 클로디오와 헤로, 아라곤 군주 돈 페트로와 헤로의 아버지 레오나토, 우둔한 경관 도그베리와 버지스 등이 서로 마주보고 서서 극의 균형을 잡아나가고 있다.
'그림같은 이탈리아의 대저택'이 주 배경인 만큼 춤도 빠질 수 없다. 남녀가 짝을 이뤄 춤을 추는 장면을 위해 배우들이 직접 왈츠와 비엔나 왈츠를 배웠다. 탱고 댄서들과 달이앙상블이 특별출연해 시간을 과거로 돌린다. 꽃의 문양을 살린 전양배씨의 의상도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