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금배지

금배지를 향한 열기가 뜨겁다. 전국적으로 40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선량(選良)의 꿈을 안고 불나방처럼 날아들고 있다. 정당인은 물론 대기업 CEO, 법조계, 학계, 종교계, 언론계 등 말마디깨나 하는 사람들이 못달아서 안달이다.

 

국어 사전에 금배지는 '국회의원임을 표시하는 배지'로 풀이돼 있다. 즉 국회의원을 상징하는 말이다.

 

이 금배지는 '국회기(旗)및 국회 뱃지 등에 관한 규칙'에 따라 국회의원 당선자에게 1개씩 주어진다. 다는 것이 의무는 아니지만 대부분 달고 다닌다. 잎이 5개인 무궁화 꽃과 나라 '국(國)'자를 형상화한 모양이다.

 

2004년에 여야 의원들이 한자 '國'자를 한글 '국'으로 바꾸는 내용의 국회법 규칙개정안을 제출했지만 통과되지 못했다. 한자의 국(國)에는 '백성(작은 입 口)과 땅(一)을 지키기 위해 국경(큰 입 口)을 에워싸고 적을 침입하지 못하게 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하지만 의원들은 이 "'國'자가 의혹을 나타내는 '或'자로 보여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주장해 개정코자 한 것이다. 이에 앞서 5대와 8대에서는 한글로 '국'이라 쓰인 배지를 달았다. 당시 한글 '국'자가 거꾸로 보면 '논'자로 보여 '국회의원들이 놀기만 한다'는 의미로 해석되기도 했다.

 

사실 금배지는 금도금을 했을 뿐 재질의 99%는 순은이다. 총 무게는 6g으로, 2004년 당시 납품가는 1만6500원이었다. 그러나 유신시절이던 10대 때 국회의원들에게 진짜 금배지를 지급한 적도 있었다.

 

현재의 형태는 1993년에 결정된 것이다. 1991년에 출범한 지방의회 의원들이 국회의원 배지를 본 떠서 만들자 새로운 디자인으로 바꾸었다. 각 배지에는 해당 국회와 고유번호가 있어 경매에 나올 경우 어느 국회의원 것인지 금방 알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 금배지 뒤에는 그 이상의 특혜가 주어진다. 일단 당선되면 장관급에 준하는 대우를 받는다. 우선 1억670만원의 세비와 연간 수억원의 정치후원금을 모을 수 있다. 또 의원회관내 25평의 사무실과 6-7명의 보좌인력이 붙는다. 퇴직후 65세가 되면 헌정회에서 매달 100만원이 나온다. 철도 선박 항공기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여기에 입법권, 자료청구권 등 막강한 권한과 불체포특권, 면책특권이 주어진다.

 

그래서 '달아본 사람만이 그 맛을 안다'고 하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