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다, 청소하다, 노력하다, 보고하다." 등
그런데, 이런 낱말들을 '-시키다'형으로 바꾸어 쓰는 일이 있는데, 그런 표현은 대개의 경우 잘못된 것이다.
그것은 '하다'와 '시키다'는 그 의미가 매우 다르기 때문이다.
① '형이 심부름을 하였다.'와 ② '형이 심부름을 시켰다'를 놓고 생각해 보자. ①에서 심부름을 한 사람은 분명히 형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②에서는 형이 누군가에게 심부름을 시킨 것은 알 수 있으나 그게 누구인지는 알 수 없다.
이처럼 ①과 ②는 의미와 용법이 아주 다르다. 그런데도 ①과 ②의 표현을 같은 뜻으로 쓰는 사람들이 많다. 호텔이나 음식점 주차장같은 데서
"먼저 들어가, 나는 주차시키고 들어갈게" 이런 말을 들었을 때, 사람에 따라서는 이 말에서 받아들이는 내용이 전혀 다를 수 있다.
이때, 차를 운반하여 주차할 사람이 누구냐는 문제가 대두되기 때문이다.
그 사람이 '나'라고 받아들이는 이도 있을 것이요, 그 곳 '주차원'으로 받아들이는 이도 있을 수 있잖겠는가.
이런 차이도 '주차시키다'와 '주차하자'에 대한 이해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본인이 직접 차를 운전하여 세워 놓고 들어갈 상황이라면, "먼저 들어가. 나는 주차해 놓고 들어갈게."라고 말해야 한다.
이와 같이 '하다'와 '시키다'를 같은 뜻으로 말하는 예는 너무도 많다.
"나는 철수에게 거짓말하지 않았다."를 "나는 철수에게 거짓말시키지 않았다."라고 한다거나, "그는 모든 책임을 부하 직원에게 전가하였다."라고 할 것을 "그는 모든 책임을 부하 직원에게 전가시켰다."라고 하는 등.
여기서 우리는 '-하다'형과 '-시키다'형은 마구 넘나들 수 없다는 것을 분명하게 알고 같은 뜻으로 사용하지 말아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