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일 년 중 가장 깨끗한 색을 보여주는 계절이 되었다. 그 색이 점점 시간이 흐를수록 성숙해지면서 결실의 계절로 달음질할 것이다. 모든 나뭇잎의 색(연초록색)이 그렇다. 그런데 그냥 시간이 흘러 그런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은 아닐 것이다. 긴 겨울의 여정을 보내고 새롭게 태어난 것이다. 종교적 언어로 이야기하면 거듭남이요 윤회사상이 그 속에 있는 것이다. 단지 우리는 그것을 반복적으로 아무 느낌 없이 즐기고 있을 뿐이다. 그 안의 치열한 싸움, 생존경쟁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매미만 하더라도 7년의 세월을 싸우고 나온다. 단 일주일의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말이다. 올해에 세상의 빛을 보는 친구는 운이 좋은 것이 아니라 그만큼의 거듭남을 반복해서 때가 찬 것이다. 이보다 더 긴 세월을 보내는 식물도 있다고 한다. 모든 만물은 색으로 표현하고 그것으로 자기의 정체성을 자신 있게 보여준다.
이제 국회의원 선거가 코앞에 다가왔다. 그들의 내세우는 색깔은 무엇일까? 무엇을 위해 그렇게 치열한 싸움을 하는 것일까? 자신의 지역구를 위해서, 한 도시를 위해서, 국가를 위해서 등 다양한 언어로 주장한다. 하지만 당선이 되고 나면 자기가 주장하고 내세웠던 색을 잊어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자신이 드러내는 색깔과는 상관없이 터무니없는 색을 만들어 상대로부터 공격을 받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자연에서 이루어지는 정당하고 치열한 생존경쟁을 하지 않고 자신의 거듭남이 없이 개인의 영달만을 위해 도전을 하고 당선이 되려고 하고 결과를 얻으려 하기 때문일 것이다. 자연세계의 성숙한 맛을 티끌만큼도 쫒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도 자기 색깔로 정체성과 국정운영의 원칙을 표방해 왔다.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실용정부 등으로, 정당들도 노란색, 주황색, 파란색 등 색으로 표현한다. 하다못해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개인들도 색을 찾고 있다. 그것은 색이 가지고 정체성으로 자기를 규정하려하기 때문일 것이다. 색이 가지고 정체성의 반도 실천하지 못하고 구호로 남는 경우가 대다수이지만 일단 포장을 하는 것이다.
많은 정치인이 선거를 기다려 오고 준비를 해 왔을 것이다. 그 속에 색은 없었을 것이다.
한편으로 봄은 대장정의 시작으로 나눔과 공동의 삶이 시작되는 시점을 말하는 것이다. 꽃이 피면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곤충이 먹이를 섭취하면서 도와주고, 열매가 맺으면 인간(동물)이 섭취를 한다. 누가 선점하거나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상부상조하는 것이다. 다른 선거보다도 이번 선거에는 눈에 보이는 색만 있고 내용이 없는 것을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늘 정책과 인물을 보고 투표하자고 하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해 왔다. 시간이 별로 없지만 이번 선거에서 그들이 사용하는 색의 진면목을 보고, 앞으로의 성숙 가능성을 보고 심판을 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기대를 해 본다.
/이근석(前 전주YMCA 사무총장)